공룡화석 사고팔아도 되나…美 경매 거액 낙찰에 과학계 '우려'

입력 2022-07-29 17:35  

공룡화석 사고팔아도 되나…美 경매 거액 낙찰에 과학계 '우려'
고르고사우루스 화석 78억원에 팔려
과학계 "공룡화석 연구가치 커…거액 감당할 과학자 없어"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백악기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사촌 격인 고르고사우루스의 거의 온전한 모습을 간직한 화석이 미국 경매시장에서 거액에 낙찰돼 화제다.
이를 두고 과학적 연구 대상인 공룡 화석을 상업적으로 이용해도 되느냐는 과학계의 우려가 다시 나온다.
29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글로벌 경매회사 소더비는 전날 고르고사우루스 화석을 뉴욕 경매시장에서 600만달러(약 78억원)에 익명의 낙찰자에게 팔았다고 밝혔다.
79개의 뼛조각으로 이뤄진 이 화석은 높이 3m, 길이 6.7m 규모로 2018년 미국 몬태나주의 사유지에서 발견됐다.
미국에는 사유지에서 발견된 화석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는 탓에 사유지에서 나온 화석은 이처럼 경매로 팔려나가기도 한다.
고르고사우루스의 화석이 경매에서 개인에게 판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 가치가 큰 공룡 화석을 사적으로 소유해도 되는지를 두고 오랫동안 반복된 윤리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스티브 브루삿 에든버러대 고생물학·진화학 교수는 CNN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과학계의 '멋진 신세계'가 열렸다. 공룡 뼈대가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는 세상에서, 그렇게 부풀려진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과학자와 박물관이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공룡 화석 거래가 과학계의 우려를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에는 소더비 경매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화석 '수'(Sue)가 836만달러(109억원)에 낙찰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존 호건스 노스다코타 지질조사소 고생물학 명예교수는 당시 뉴스레터를 통해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이 개인의 소장품으로 전락해 과학자의 연구와 대중을 위한 전시가 불가능해질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2020년 10월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로 발굴됐다고 평가받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화석 '스탠'(Stan)이 3천180만달러(약 414억원)에 팔리면서 가장 높은 공룡화석 낙찰가로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고생물학계에서는 스탠을 영영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지만, 이를 소유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문화관광부가 스탠을 2025년 현지에 개관하는 자연사박물관에 전시하기로 했다.
공룡 화석이 경매에 나오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엔 고르고사우루스 화석이 개인에게 팔리면서 이 같은 논란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데이비드 폴리 인디애나대학 블루밍턴 지구대기과학과 교수는 "이번 경우처럼 화석이 경매를 통해 수백만 달러에 거래될 것이 예상된다면, 이는 토지 소유자들에게 그들의 땅에서 나오는 화석은 금전으로 바꾸라고 하는 말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폴리 교수는 "최선의 방법은 공룡 화석을 찾은 사람이 화석을 박물관에 기증하는 것이며 차선책은 부유한 사람이 박물관에 거액을 기부해 박물관이 직접 공룡 화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시무시한 도마뱀'이라는 뜻의 고르고사우루스는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머리가 크고 이족보행을 하는 대형 육식 공룡이다.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약 1천만 년 이른 7천600만년 전 현재의 북아메리카 서부에 분포했으며,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길고 날카로운 톱니 모양 이빨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더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고르고사우루스 화석 20개가 보고됐으며, 이중 다수는 캐나다에서 발견됐다.
캐나다는 화석을 개인이 소장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에, 이번에 경매로 팔린 이 화석은 현재로선 전세계에서 유일한 개인 소유 고르고사우루스 화석이다.
dind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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