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30년] ④ 한한령에 급제동 걸린 한류, 중국시장 되찾나

입력 2022-08-16 07:11   수정 2022-08-16 07:41

[한중수교 30년] ④ 한한령에 급제동 걸린 한류, 중국시장 되찾나
웹툰·음원만 생존…일부 드라마는 해적판 통해 화제
OTT에서 기지개…성장한 중국 콘텐츠도 변수



(홍콩·서울=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이태수 기자 = "한류가 중국에서 다시 시작하는 단계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꽉 막혀 있다가 올해 드라마가 하나둘씩 다시 허가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기도 하고 한류가 당장 급물살을 탈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김진곤 베이징 한국문화원장)
"중국 내 한류 전망은 불투명합니다.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드 여파가 여전합니다. 국가 정상들끼리 돌파구를 찾으면 모를까 그전까지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사이 한류 거품은 꺼졌고 중국에서는 이른바 '국뽕주의'가 고취되기도 했습니다."(중국 전문 에이전시 레디차이나 배경렬 대표)
한중 수교 30년을 맞았지만 중국 내 한류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아 보인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라는 보이지 않는 죽의 장막이 쳐지면서 대륙으로 기세 좋게 흘러가던 한류의 물길이 한순간에 막혀버렸다.
그러다 올해 일부 한국 드라마에 대해 방송 허가가 재개됐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지켜보자'이다.
한류는 과연 중국 시장을 되찾을 수 있을까.

◇ '사드'로 급제동 걸린 한류…웹툰·음원만 생존
2014년 '별에서 온 그대'는 그야말로 중국을 흔드는 인기를 누렸다. "눈 오는 날에는 치맥인데"라는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의 대사에 치맥 열풍이 대륙을 휩쓸었었다.
2016년 4월 막을 내린 '태양의 후예'도 대륙을 강타했다. 몰아보기 하다 시신경이 손상된 중국 시청자의 사례가 소개되는 등 '태양의 후예'는 매회 방송될 때마다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별에서 온 그대'는 회당 4만 달러(약 5천200만원)에 중국에 판매됐으나, 2년 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그 10배인 회당 40만 달러(약 5억2천만원)를 받으며 중국 판권가 최고치를 경신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쏘아올린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달을 향해 치솟은 것이다.
그러다 그 순간 '사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중국발 수입은 '제로'로 추락했다.

그나마 음원은 별 제약을 받지 않아 세계적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BTS)의 팬덤은 중국에서도 세를 과시하고 있다.
BTS 멤버 뷔의 중국 팬클럽 '뷔 바'는 BTS의 새 앨범 '프루프'가 발매된 지난 6월 10일 하루에만 해당 앨범을 17만 장 이상 구매했다. 349만달러(약 45억원)어치다.
한한령 직후인 2017년 6월에는 빅뱅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 '권지용'이 중국 QQ뮤직에서 하루 만에 76만2천여 장 판매되기도 했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음반 수출은 4천247만달러(약 554억원)로 전년의 1천689만달러(약 220억원)보다 무려 151.4%나 급증했다.
한한령에도 방탄소년단과 NCT 등 아이돌 그룹의 인기에 힘입어 K팝 한류가 중국에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한한령 이후 현재 공연 등 중국에서 가능한 활동은 전혀 없다"며 "새 음반이 나오면 현지 동영상 플랫폼에 간단한 중국어 인사 영상을 올리고, 주요 콘텐츠에 중국어 자막을 다는 정도이며 중국 SNS에 올라온 공동구매 현황 등을 보고 팬덤 규모를 가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중국 게임 시장을 장악했던 한국 게임은 중국 당국이 게임 산업 자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외국산 게임에 대한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중국 시장 진출이 막힌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한한령으로 한국 게임에 대한 서비스 허가를 내주지 않다가 2020년 12월 1편, 2021년 2월과 6월에 1편씩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이후 또다시 신규 허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별 제약 없이 한류의 명맥을 이어온 분야는 웹툰, 웹소설이다.
김진곤 베이징 한국문화원장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핫'한 한류는 웹툰"이라며 "한한령과 코로나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중국에서 제약 없이 계속 인기를 누려왔다"고 말했다.

◇ '사랑이 뭐길래'·'대장금'부터 '런닝맨'·'윤식당'·'오징어게임'까지
중국에서 '한류'라는 말은 1997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대발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1980년대에는 홍콩과 대만문화, 1990년대에는 일본문화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반일 감정, 일본 콘텐츠 가격 상승 등으로 2000년 전후로 한국 대중문화가 일류(日流)를 대체했고, '사랑이 뭐길래'에 이어 '대장금'이 초대박이 나면서 한류의 폭과 유속은 빨라지기 시작했다. '대장금'을 중국에 들여온 후난위성TV는 당시 800억원에 가까운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 방송사들은 너도나도 한국 드라마를 편성했다. 2005년 11월 28일 하루 동안 중국 관영 CCTV와 중국 3대 방송국 중 하나인 베이징TV가 편성한 한국 드라마의 분량은 모두 9시간 30분에 이른다.

예능의 경우는 중국 방송사가 한국 프로그램의 포맷을 사 중국판을 제작하는 방식이 한류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떠올랐다.
특히 '런닝맨'의 폭발적인 인기는 중국 방송국의 시청률 순위마저 바꿔버렸다.
2016년 2분기 중국 방송국 예능 시청률 톱10에 따르면 '런닝맨'의 중국판인 '달려라 형제'를 방송하던 저장위성TV가 이전까지 중국 방송국 시청률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후난위성TV를 제치고 시청률 1위로 올라섰다.
방송 채널이 2천개가 넘는 중국에서는 시청률 1%가 인기의 척도로 평가되는데, '달려라 형제' 시즌2는 시청률이 5%까지 치솟았다.
2016년 중국 성급위성TV 예능프로그램 순간 최고시청률 TOP 20을 보면 '달려라 형제'를 비롯해 '나는 가수다', '수시대가신'(중국판 '히든싱어'), '몽면창장채채채'(중국판 '복면가왕'), '진짜사나이', '아문상애파'(중국판 '우리 결혼했어요') 등 한류 예능 7편이 20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역시 한한령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동시에 중국에서는 한류 콘텐츠의 온갖 해적판과 표절 콘텐츠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당국이 수입 허가도 하지 않으면서 한한령 이후 불법 행위 단속에도 손을 놓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도깨비'와 지난해 '오징어게임' 등은 중국에서 해적판을 통해 큰 화제를 모았고, 중국 방송사에서는 '윤식당' 등 한류 예능에 대한 노골적인 표절이 횡행했다.

◇ OTT에서 기지개…중국 콘텐츠 성장·반한 감정 가세
중국 당국은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다시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상영 허가를 다시 내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영화 '오! 문희'가 개봉했고, 올해 1월에는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후난위성TV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에서 방송됐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중국에서 공식 서비스된 것은 나란히 6년 만이다.
이후 중국 OTT에는 한국 드라마가 하나둘씩 올라와 이달 초 현재 13편이 올라와 있다.
김 원장은 "사실 드라마가 떠야 한류 붐이 확 이는데 중국 방송사에서는 '사임당 빛의 일기'를 빼고는 아직 방송을 안 하고 있고 OTT 서비스는 제한적이라 아직은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그건 자명하다. 요즘 여기 주민들과 대화해보면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 한국 최신작들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반한 감정도 교차하고 있어 '별에서 온 그대'처럼 한류가 옛날 같은 폭발적인 인기를 다시 누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경렬 레디차이나 대표는 "한한령이 이어지는 동안 중국 콘텐츠와 스타들이 많이 성장한 반면 한류의 거품은 꺼졌다"며 "불법 사이트에서는 최신 한류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지만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 때문에 오갈 수도 없어 매우 힘든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나마 중국 당국이 웹툰과 웹소설은 거르지 않고 있어 웹툰의 영화나 드라마 판권 판매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 드라마도 리메이크권 판매 등을 통해 판로를 뚫어보려 한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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