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서방제재 탓 멀쩡한 여객기 뜯어 부품 조달

입력 2022-08-09 10:25  

러시아, 서방제재 탓 멀쩡한 여객기 뜯어 부품 조달
국영항공 운영난 노출…"15%가 부품용 해체대상"
미국·EU 부품·기술 의존도 높아 점점 큰 타격받을 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가 서방제재로 여객기 부품이 바닥나자 멀쩡한 여객기에서 뜯어낸 부품을 다른 여객기에 쓰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기업인 아에로플로트는 에어버스 320, 에어버스 350, 보잉 737, 수호이 슈퍼제트 100 등 다수 항공기를 이런 목적으로 해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부품 돌려막기는 러시아 정부가 자국 항공업계를 겨냥한 서방제재에 대처하기 위해 내린 권고에 따른 결정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정부는 2025년 말까지 외국산 항공기 3분의 2를 계속 운항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단 일부를 부분적 해체 대상으로 정해 부품을 구하라고 올해 6월 권고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외국 주권침해, 국제법 위반 등 책임을 물어 러시아 항공업계를 제재했다.
그 때문에 러시아 항공사들은 미국, 유럽연합(EU)에서 생산되는 부품뿐만 아니라 기술이전, 정비도 받을 수 없다.
각각 미국과 EU가 제작하는 보잉, 에어버스 기종은 제재의 직접적 타격을 받는다.
특히 에어버스 A320네오, A350, 보잉737 맥스, 보잉 787 등 비교적 새 기종은 꾸준히 기술 갱신 서비스까지 받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 제작한 수호이 슈퍼제트 기종도 외국 부품에 크게 의존하는 까닭에 제재를 피해갈 수 없다.
아에로플로트는 보잉 134대, 에어버스 146대, 수호이 슈퍼제트 80대 정도를 보유해 외제 항공기의 비율이 80%에 육박한다.
이 항공사의 운항실태를 보면 서방제재로 인한 부품 부족의 여파가 일부 추정되기도 한다.
로이터 통신이 플라이트레이더24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올해 7월 이후 이륙하지 않은 아에로플로트 항공기는 50대 정도로 직접 제재대상에 오른 항공기를 포함해 전체의 15% 정도에 달했다.
한 소식통은 이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항공기가 부품 공급을 위한 해체 대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서방의 항공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정비 기술이 발전한 곳이기는 하지만 서방제재가 발효된 지 1년이 지나기 전에 현대적 항공기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로이터 통신은 멀쩡한 항공기 부품을 뜯어 다른 항공기에 이식하는 작업은 심한 재정위기를 겪는 곳에 드물게 있었지만 러시아처럼 제재 때문에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사례는 아예 없었다고 짚었다.
러시아로서는 아시아 또는 중동에서 부품 공급을 추진할 수 있지만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항공사들이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곳까지 함께 제재하는 서방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 아랍에미리트도 못 나선다"며 "항공기 부품 하나하나가 모두 고유번호가 있어 추적되는 상황에서 부품 종착지가 러시아로 기록된다면 모두 공급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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