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르포] 군부 실정에 치안 공백…'범죄도시'된 양곤

입력 2022-08-15 18:28  

[미얀마르포] 군부 실정에 치안 공백…'범죄도시'된 양곤
날치기·소매치기 날뛰는데 경찰은 정권유지 활동에 투입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요즘에는 밤낮 할 것 없이 밖에 나가기가 겁나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흘라잉 따야 지역에 사는 린 린(가명·35)은 15일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제 이모가 전기요금을 내러 전력사무소에 가다가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에게 가방을 날치기당했는데 끝까지 가방을 잡고 있다가 넘어져 팔을 많이 다쳤다"고 했다.
이어 "은행 근처에서도 오토바이 날치기당한 사람이 많은데 지키는 경찰은 한 명도 없다"며 "요즘엔 사람들이 가방이나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고 돈과 아이디 카드(주민등록증)만 옷 속에 넣어서 다닌다"고 했다.


양곤 인세인구에 사는 주부 카잉(가명·44)은 "사흘 전에 일어난 사건이 너무 무섭고 끔찍해서 요즘 밖에 나갈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째이 롱(등나무 가지로 만든 미얀마식 회초리)을 만들어 어깨에 메고 다니는 동네 행상 할아버지가 대낮에 칼에 찔려 죽었다고 했다. 부인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아침에 째이 롱 50개를 가지고 나갔는데 현장에 가보니 40개가 남아있었다.
카잉은 "한 개에 2천 짯(약 1천240원)이니 겨우 2만 짯(약 1만2천400원)을 빼앗으려고 사람을 죽인 셈"이라고 치를 떨었다.
그는 "신고했지만 현장에 경찰은 오지도 않았고 구급차만 와서 시신을 실어 갔다"며 "도대체 경찰은 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생계형 범죄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부터 심해졌다. 경제 사정이 악화한데다 군부가 군경을 반군부 세력 진압에 투입하면서 치안 공백 사태가 생기면서다.
현재 양곤 시내에서는 군경의 순찰 트럭만 빈번하게 보일 뿐 교통 경찰도 찾아보기 어렵다.
모 떼(가명·25)는 "요즘은 출퇴근 때에 버스를 타지 않는다"며 "비슷한 방향으로 출퇴근하는 친구들과 조를 짜서 십시일반 택시를 이용한다"고 했다.
그는 "시내버스에서 소매치기 사건이 너무 자주 발생한다"며 "요즘에는 경찰서에 가도 조사를 해주지 않으니 소매치기가 더 많아졌다"며 양곤의 한심한 치안을 성토했다.
교사로 정년 퇴임한 한 원로는 "지난달에는 손님이 강도로 변해 택시 기사를 찌르고 돈을 탈취하기도 했다"며 "심지어 운행 중인 시내버스를 세우고 승객들의 돈을 강탈해간 사건도 있었으나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군정의 경제정책 실패도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쿠데타 이후 외국기업들이 떠나면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서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군부는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도입했다. 사업상 불가피하게 송금을 하려다가 범죄의 표적이 돼 큰돈을 잃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금융사기 피해를 본 부동산 중개업자 흘라 툰 아웅(가명·42)은 "은행에서 일주일에 50만 짯(약 31만원)밖에 찾을 수가 없다"며 "통장으로 송금하면 수수료를 떼고 현금으로 지급해주겠다는 광고를 보고 거래하다가 당했다"고 분개했다.
그는 "은행의 도움으로 계좌를 추적해 경찰서에 신고했는데도 도무지 움직이질 않는다"며 "이런 사기 사건이 아주 많은데 수사할 인력은 없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미얀마 군부는 2020년 미얀마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에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각종 경제정책 실패로 국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미얀마 짯화 가치는 급락하는데 경기 침체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서민들의 급여도 동결됐다.
세계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 이후 유엔개발계획(UNDP) 기준 하루 생활비가 1천590짯(약 1천원)에 못 미치는 미얀마 빈곤층은 인구의 약 40%까지 늘어났다.
202134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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