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등 모든 코로나 변이체 중화하는 '마스터키' 찾았다

입력 2022-08-19 18:22  

오미크론 등 모든 코로나 변이체 중화하는 '마스터키' 찾았다
주요 변이 공유하는 항원결정기, 감염 차단 '항체 파편' 동시 발견
미래에 나타날 코로나 변이체도 중화 가능성 높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연구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원래 항체는 감염을 퇴치하기 위해 우리 몸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쓰는 항체 치료제처럼 실험실 등에서 만들 수도 있다.
항체는 미리 정해진 방법으로 바이러스와 결합한다. 열쇠가 딱 맞아야 자물쇠가 열리는 것과 비슷하다.
오미크론처럼 돌연변이가 많이 생긴 코로나 변이체에 항체 치료제를 쓰면 효능이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료제를 개발할 때 표적으로 삼았던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위에 돌연변이가 생겨 구조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열쇠는 그대로 있더라도 자물쇠 구멍의 내부 구조가 달라지면 열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만약 신종 코로나 입자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돌연변이로부터 자유로운 보존 부위를 찾아낸다면 코로나 팬데믹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의 '아킬레스건'과 여기에 맞는 '마스터키'(master key)를 찾아냈다.
이번에 발견된 신종 코로나의 약점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어떤 항원결정기(epitope)였다.
항원결정기는 항원의 특정한 부분을 말한다. 면역계의 항체, T세포, B세포 등은 항원결정기를 보고 항원을 식별한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체인 BA.1, BA.2를 포함해 지금까지 출현한 주요 코로나 변이는 모두 이 항원결정기를 공유했다.
이 부위를 표적으로 삼으면 모든 코로나 변이에 듣는 보편적 항체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원자 수준에서 이 항원결정기 구조에 딱 들어맞는 '항체 파편'(antibody fragment)도 찾아냈다.
이 항체 조각은 주요 코로나 변이를 모두 중화하는 마스터키 역할을 했다.
UBC 의대의 스리람 수브라마니암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8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 연구엔 미트코 디미트로프 박사 등 미국 피츠버그대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지금까지 보여줬듯이 신종 코로나는 적응 능력이 매우 뛰어난 바이러스다.
최근의 주도 종인 오미크론 하위 변이는 항체 치료제는 물론이고 백신이나 자연 감염으로 생긴 면역력도 대부분 회피한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수브라마니암 교수는 이제 범용 코로나 치료제를 만들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에 발견한 신종 코로나의 약점 부위는 거의 변하지 않은 상태로 모든 변이체에 남아 있다"라면서 "함께 찾은 항체 파편이 여기에 결합하면 바이러스가 중화된다"라고 설명했다.
UBC 연구팀이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으로 찾아낸 마스터키는 'VH Ab6'라는 항체 조각이다.
이 항체 조각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카파, 엡실론, 오미크론 등 지금까지 나타난 모든 주요 변이에 중화 효능을 보였다.
이 항체 조각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항원결정기와 정확히 결합했고, 그러면 신종 코로나는 인간의 세포 내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 항원결정기는 돌연변이가 많이 생긴 스파이크 단백질의 영역과 떨어져 있어 손상을 피한 것 같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에 UBC 연구팀은 cryo-EM 작업에 집중했고, '항체 도서관'(antibody libraries)을 샅샅이 뒤져 마스터키를 찾아내는 작업은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주도했다.





cryo-EM은 단백질과 단백질, 단백질과 항체의 상호작용을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시각화하는 기술인데 수브라마니암 교수팀은 이 분야의 전문 지식으로 명성이 높다.
올해 초엔 오미크론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인간 숙주세포의 ACE2 수용체가 결합하는 영역의 구조를 저널 '사이언스'에 최초로 보고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스파이크 단백질의 분자 구조를 파고들면서 새로운 치료법의 표적이 될 만한 취약 부위를 찾는 데 매진했다. 그 결실이 이 논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에 찾아낸 취약 부위에 아직 돌연변이가 생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부위를 표적으로 항체 치료제(또는 백신)를 개발하면 미래에 나타날 코로나 변이에도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수브라마니암 교수는 "이 항원결정기의 상세한 구조를 밝혀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치료 가능성이 열렸다고 봐야 한다"라면서 "효능 범위가 넓고 변이체와도 싸울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면,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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