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유자 동의없이 제거 안한다…자발적 재배 중지 유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기존 마약과의 전쟁을 실패로 규정하고 새로운 저지 대책을 천명했던 콜롬비아 정부가 코카인 경작지에 대한 강제 제거 방침을 폐기했다.
'공개 시장에서의 코카인 규제'를 천명한 구스타보 페트로 정권이 단속 일변도의 마약 대응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헨리 사나브리아 셀리 신임 콜롬비아 경찰청장은 23일(현지시간) "콜롬비아에서의 코카인 작물 강제 제거는 중단됐다"며 "과거처럼 경찰관이 소유자 동의 없이 코카인을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콜롬비아 경찰은 코카인 경작지를 확인하면 글리포세이트(제초제)를 살포하거나 행정력을 동원해 손으로 일일이 직접 제거했다.
셀리 경찰청장은 그러나 마약 단속국에서 환경당국에 글리포세이트(제초제) 사용 중단을 요청했다고 확인해준 뒤 "자발적인 근절을 위한 동기부여가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현재 콜롬비아에서 코카인 재배 면적이 감소 추세라고 전했다. 올해 발표한 경찰청 불법 작물 퇴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코카인 재배 면적은 2020년 2천450㎢에서 지난해 2천340㎢로 약 4.5% 준 것으로 집계됐다고 현지 언론 엘티엠포는 보도했다.
이에 따라 코카인 생산량도 2020년 994t에서 972t으로 줄어든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현지에서는 '합법화' 또는 '양성화'라는 식의 표현까지는 쓰지 않았으나, "코카인을 공개 시장에 내놓고 규제하겠다"는 정부 정책 구상이 구체적으로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페트로 대통령은 앞서 취임 일성으로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했다"며, 새로운 국제적 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무차별적 단속이 의약품 공급을 목적으로 한 가난한 생계형 농가에까지 피해를 준다는 논리에서다. 마약 카르텔로 유입되는 불법 자금을 끊겠다는 복안도 깔렸다.
다만, 미국은 공식적으로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코카인 90%는 콜롬비아산으로 알려졌다.
셀리 경찰청장은 "불법 마약 밀매업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 방침은 당연히 유지된다"면서 "정부가 코카인 관련 (변화된) 방침을 미국에 알렸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