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출 첫 성과 낸 尹정부…중동 이어 아프리카 시장에도 진출

입력 2022-08-25 19:00   수정 2022-08-26 11:31

원전수출 첫 성과 낸 尹정부…중동 이어 아프리카 시장에도 진출
산업부 "체코·폴란드 수주 모멘텀 될 것…원전 생태계 활성화 기대"
"對러시아 제재도 고려해 수주…원자로 아닌 발전설비라 제재대상 아냐"
전문가 "원전 부속건물 수주인 점 아쉬워…원전 '르네상스'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정부가 13년 만에 대규모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약속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원전건설 담당 자회사인 ASE JSC사(社)와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산업부는 이번 이집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가 윤석열 정부의 첫 원전 수출 성과인 동시에 향후 체코, 폴란드 원전 수주의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대규모 원전 사업 수주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이자 중동에 이어 아프리카 원전 시장 첫 진출이라는 데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 정부 "원전수출 정책 첫 가시적 성과…체코·폴란드 수주 모멘텀 될 것"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번 엘다바 프로젝트 수주는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원전 수출 정책과 연계된 첫 가시적인 성과"라며 "탈원전 폐기를 공식화하고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원전 정책의 변화와 강력한 수출 추진 의지가 계약 성사에 기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체코, 폴란드 등 우리 원전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고 원전 협력을 타진하는 국가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원전 수출이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고 성장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일감 절벽'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원전 기자재·시공업체에 일감을 공급하며 원전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수원과 국내 기자재 업체가 함께 이집트에 진출함으로써 신한울 3·4호기 등 국내 원전 건설 착수·발주가 본격화되기 전에 일감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주요 원전 수출국으로 꼽히는 체코, 폴란드 등과의 협상 과정에서 이번 수주 실적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역내 중심국인 이집트가 최초로 시행하는 원전 사업에 참여하게 된 만큼 우리 기업들에 아프리카 원전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부는 또 100여개 이상의 기자재 업체로 구성된 탄탄한 원전 산업 공급망과 전 세계 최저 수준의 건설 단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이 전 세계 발주처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킬로와트)당 3천571달러 수준으로 중국(4천174달러), 미국(5천833달러), 러시아(6천250달러), 프랑스(7천931달러)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산업부는 이번 이집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주계약자가 러시아 국영 원자력에너지사인 로사톰의 자회사 'ASE'인 만큼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와 미국의 입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체결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출입기자단 대상 백브리핑에서 "돌발적인 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시작되면서 이집트 원전 건설 사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었지만, 러시아·이집트·미국의 입장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사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이어 "한국이 수주한 것은 원자로 부분이 아니라 발전 설비이기 때문에 제재 대상이 아니며 미국의 입장에도 배치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원전 수주가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수출형 원전 모델인 APR1400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2차 건설사업(원전 부속건물 건설사업) 일부를 맡는 데 그친 점은 아쉽다고 보면서도 원전 생태계 부흥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APR1400을 수출한 것이었다면 원전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2차 건설사업 수주이기 때문에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돈줄이 마른 원전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원전, 에너지 안보 핵심으로 떠올라…원전 '르네상스' 대비해야"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위기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이 신규 원전 건설과 기존 원전 연장 가동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해외 원전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은 청정 전력에 원전을 포함시키며 상업 원전을 지원하기로 했고, 영국은 2050년까지 원전 8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은 오는 12월 폐쇄 예정인 원전 3기의 가동 연장을 검토 중이며, 프랑스는 2035년까지 원전 6기의 건설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원전을 탄소 감축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인정하면서 지난달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킨 바 있다.
특히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무기화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원전이 에너지 안보의 핵심 산업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렸지만 러시아가 유럽행(行) 가스 공급 중단을 예고한 데 이어 호주도 천연가스 수출 제한을 검토하면서 오히려 에너지 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원전 '르네상스'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범진 교수는 "신규 원전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원전 르네상스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대규모 수출 시장이 열릴 때를 대비해야 한다"며 "2030년 원전 수출 10기 목표 달성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세계 원전 시장이 확대되는 중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은 국가에 대한 수출도 가능하다"며 "앞으로 탄소세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원전의 수요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ee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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