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아니꼬우면 접어라?" 주체적 소비자로 각성한 게이머들

입력 2022-09-03 11:00  

[게임위드인] "아니꼬우면 접어라?" 주체적 소비자로 각성한 게이머들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게임에 자주 나오는 단어 중 '각성'이란 것이 있다.
캐릭터가 시련을 극복하며 내면에 숨겨진 진정한 힘을 깨닫고 강력한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그동안 게이머들은 온라인 게임 운영에 불만이 있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게임을 계속하거나, 조용히 게임을 떠났다.
하지만 그간 수동적 고객에 머물던 게이머들이 변하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 잇따라 터진 불공정 운영 논란을 겪으며 적극적 소비자로 각성한 것이다.


◇ "간담회 열어라" 최후통첩 날린 우마무스메 이용자들…대표 사과 이끌어내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달 29일 카카오게임즈[293490]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들이 일본 서버보다 부족한 이벤트 공지와 재화 지급 등에 반발해 감행한 '마차 시위'다.
도심에서 보기 힘든 마차가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있는 판교역 인근 도로를 달리는 모습은 경마를 소재로 한 게임의 특성과 맞물려 확실한 이목을 끌었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이용자들에게 현재까지 총 세 차례 사과문을 올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운영진이 이용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직접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요구하며 판교역과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후속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또 지난 2일에는 게임사 측에 최후통첩문을 보내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의 공식 사과, 관련 직원의 우마무스메 관련 업무 배제, 소비자 대표가 참가하는 간담회 개최 여부를 오는 5일까지 회신할 것을 요구했다.
이용자들은 회사 측이 이런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환불을 요구하는 단체 소송까지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용자들은 커뮤니티 게시판에 자신들이 현재까지 게임에 결제한 금액을 인증하고 별도의 집계 사이트를 통해 총액을 실시간 업데이트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 따르면 인증 게시물은 3일 오전 9시 기준 7천500여 건이 올라왔고, 총 환불 요청 금액은 약 84억 원을 기록했다.
예상외로 커진 사태에 정치권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행법상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마땅치 않다"면서도 "카카오게임즈 측도 이용자들과 적극 소통해 화답해 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조 대표는 3일 오전 공식 카페에 사과문을 올리고 "현재 서비스 중인 내용과 앞으로 업데이트될 내용까지 전부 고객님들의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회사 업무 방식을 정비하겠다"며 "업무 기록을 면밀히 평가해 문제가 발견된 직원들은 업무를 재배치할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마차 시위 주최측은 조 대표의 사과문에 "정말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간담회를 통해서 개선점을 논의할 의향이 당연히 있으리라 믿는다. 신속히 간담회를 준비하면서 카카오게임즈 측 연락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냈다.
전날 카카오게임즈 측은 '마차 시위' 주최 측에 비공개 면담을 제안했으나, 주최 측은 공개 간담회를 요구하며 면담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 불공정 운영 논란에 집단행동으로 맞서다
과거에도 게이머들이 게임사 측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반발이 오프라인 공간으로 표출되는 일은 드물었다.
불만을 가진 개인들이 각자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물을 올려 성토해 공론화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게이머들의 권리 찾기가 집단행동으로 변한 본격적인 계기는 지난해 초 넷마블[251270]의 모바일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FGO) 사태였다.
FGO 운영진이 진행 중이던 신년맞이 보상 지급 이벤트를 긴급 중단하고, 이후 미흡한 해명 공지를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분노한 게이머들은 넷마블 측을 규탄하는 문구가 적힌 전광판 트럭을 보내는 '트럭 시위'를 감행했고, 결국 운영진과의 간담회에서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게이머들의 집단행동은 게임 업계 곳곳으로 번져나갔다.
엔씨소프트[036570]의 리니지M, 넥슨의 마비노기·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도 게임사 운영에 반발하며 시위 트럭을 보내면서 트럭 시위는 게임 업계의 보편적인 이용자 시위 양상으로 자리 잡았다.


◇ 좋은 운영엔 커피트럭·기부로 화답…"소통해야 살아남는다"
반면 게이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이용자 친화적인 운영을 하는 게임사들에는 적극적으로 화답한다.
게임 업계 트럭 시위의 발단이 됐던 FGO 이용자들은 오는 7일 서울 구로구 넷마블 사옥에 '커피 트럭'을 보내 직원과 게임 이용자들에게 커피를 전달할 예정이다.
게임사 측이 트럭 시위 이후 운영 개선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한 데 대한 보답이라는 것이 '커피 트럭' 주최 측 설명이다.
지난해 말 스마일게이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 운영진은 매출의 17%가량을 차지하는 게임 내 수익 요소를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게이머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에 게이머들은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자"며 일주일 만에 3억 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스마일게이트가 운영하는 공익재단에 기부했다.
방효창 경실련 정보통신위원장(두원공대 교수)은 달라진 게이머들의 행동 방식에 대해 "게이머들이 소비자로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부당한 요소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개발·운영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임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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