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러시아, 양보없는 석유·가스 '대충돌'(종합2보)

입력 2022-09-08 16:28   수정 2022-09-08 18:32

서방·러시아, 양보없는 석유·가스 '대충돌'(종합2보)
G7 유가상한제 선언에 푸틴 "석유도, 가스도 없다"
EU, 원유 이어 러시아산 가스도 가격상한제 압박


(베를린·서울=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서방과 러시아의 전선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에너지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의 '생명줄'인 석유·가스 수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입 가격 상한제로 압박하고 있고 이에 러시아는 '수출 중단'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면서 양측이 정면 충돌했다.
주요 7개국(G7)은 2일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해 12월부터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하고 동맹의 동참을 촉구하면서 러시아를 압박했다.
전쟁 발발 초기부터 서방이 러시아의 에너지 분야를 제재한다고 했지만 러시아가 중국, 인도 등 유럽을 대체하는 거래선을 넓힌데다 유가 상승으로 제재가 사실상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방의 바람대로 유가 상한제가 제대로 가동된다면 러시아로선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에 러시아 국영가스 회사 가스프롬이 애초 3일 재개하려 했던 유럽행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아예 막아버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 더 나아가 유가 상한제에 참여하는 국가를 향해 "가스도, 원유도, 석탄도, 휘발유도 아무것도 없다"고 경고한 것은 러시아가 유가 상한제를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의 경고장에 서방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EU 회원국에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가격상한제 도입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극악무도한 전쟁을 벌일 수 있게 하는 러시아의 수익원을 끊어야 한다"면서 "최종수단으로 9일 EU 에너지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가격 상한제는 회원국이 가스 공급처를 다른 곳으로 쉽게 전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산 가스를 계속 사되, 합의된 가격 수준을 넘어 구매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에너지 전쟁'은 에너지 수요가 가장 많은 겨울이 다가오면서 일단 러시아에 유리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러시아가 틀어쥔 유럽행 가스관 밸브는 꽤 위력을 발휘해 밸브를 닫을 때마다 유럽의 가스 가격이 급등,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각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니콜라이 슐기노프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자국 언론에 "이번 겨울에 그들(유럽)은 러시아의 가스를 거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실제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며 "유럽인들은 전혀 다른 삶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의 에너지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리는 만큼 당장 가스가 필요한 유럽도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으로 평상시보다 큰 이익을 거두고 있는 에너지 기업의 초과이익을 회수해 소비자를 지원하는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타격을 입은 가계와 기업 지원에 저탄소 에너지원을 활용하거나 석탄발전 등을 통해 초과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에서 회수한 재원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입수한 내부문건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발전사가 기준가격을 넘어 올린 매출에 횡재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방 일각에선 러시아의 이런 '에너지 무기화'에 이젠 어느 정도 적응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그동안 서방이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에 맞서 수입 다변화 등 대안을 마련해 왔으며, 지금으로선 서방 지도자들 사이에선 러시아의 공세에 분노보다는 조롱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르트스트림-1 가동 중단 발표에도 유럽의 가스 가격은 5%가량 잠시 올랐을 뿐,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NYT는 덧붙였다.
7일 푸틴 대통령의 '수출 중단' 경고에도 유럽 가스 가격의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10월 선물가격은 오히려 4.6% 하락했다.
전쟁 전 러시아에 가스의 절반 정도를 의지했던 독일은 수입선을 노르웨이, 네덜란드로 돌리면서 지난달 의존도를 10% 이하로 줄였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냉전 내내 유효했던 어떤 것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이제 믿을만한 에너지 공급처가 아니고 이는 새로운 현실의 일부다"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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