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류의 숙제 푼다…'꿈의 기술' 도전하는 구글 양자컴퓨터연구소

입력 2022-09-22 12:02  

[르포] 인류의 숙제 푼다…'꿈의 기술' 도전하는 구글 양자컴퓨터연구소
100여명 엔지니어들이 초전도 기반의 양자컴퓨터 개발 위해 연구 진행
기술유출 막으려 철통 보안…연구실 공개했지만 사진·영상 촬영 제한
구글, 현재 20여대 운영…양자컴퓨터도 제한된 각도에서만 촬영 허용



(샌타바버라[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차를 몰아 5시간쯤 떨어진 샌타바버라 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변으로 유명한 이 지역 한 모퉁이에 3층짜리 낮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은 검은색 계통으로 어두웠고 외부에는 간판 하나 없었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공사도 한창 진행 중이었다.
주변은 곧장 넓은 들판으로 이어졌다.
마치 비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요새처럼 보였다.
'꿈의 기술'로 불리는 퀀텀(양자) 컴퓨터를 설계하고 개발하고 있는 구글의 '퀀텀 AI(인공지능) 캠퍼스'다.
양자컴퓨터는 현존 최고의 슈퍼 컴퓨터가 수백 년이 걸려도 풀기 힘든 문제를 단 몇 초 이내의 어마어마한 속도로 빠르게 풀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꿈의 컴퓨터를 말한다.
한 개의 처리 장치에서 여러 계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정보 처리량과 속도가 현재 슈퍼 컴퓨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이 때문에 정보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신기술, 미래 인류의 숙제를 풀어줄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최고 수준 연구소들은 물론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을 다퉈 연구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양자 컴퓨터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물리적으로 수많은 난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양자컴퓨터 개발에서 앞서가고 있는 구글이 21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미디어에 연구소를 공개했다.


구글은 2019년 슈퍼컴퓨터로는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 만에 푸는 '53큐비트' 양자컴퓨터 '시커모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연산'에 대한 논란이 있긴 했지만, 슈퍼컴퓨터를 능가한 양자컴퓨터로 평가받고 있다.
'큐비트'는 일반 컴퓨터의 비트와 같이 양자컴퓨터의 정보처리 단위를 말한다.
'50큐비트'는 2의 50제곱 규모의 정보를 연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의 기준점으로 여겨진다.
이곳 구글 연구소에서는 100여 명의 퀀텀 엔지니어들이 더 나은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에릭 루세로 구글 수석 퀀텀 엔지니어의 안내로 연구실에 들어서자, 높이 2m 남짓 크기에 좌우로 뚫린 사각기둥 틀이 여러 개 눈에 띄었다.
구글은 섭씨 -273도라는 극저온의 환경을 필요로 하는 초전도 방식으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어 연구실 내부도 추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어떤 사각기둥 틀 안에는 금속 원통이 내부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고, 원통이 없는 기둥에는 6개 층의 원반이 복잡하게 연결된 시스템이 보였다.

금속 통은 두 명이 양팔로 끌어안을 수 있는 크기였다.
원반과 원반은 수많은 케이블로 연결돼 있었고, 이는 다시 컴퓨터 서버 같은 전자장치로 연결돼 있었다.
구글의 양자컴퓨터였다.
금속 통으로 쌓인 것은 현재 작동 중인 시스템이고, 금속 통이 없는 것은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금속 통으로 쌓인 시스템에서는 크진 않지만 작동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소리가 났다.
연구실은 공개됐지만 사진이나 영상 촬영은 제한된 곳에서만 허용됐다. 양자컴퓨터를 찍더라도 제한된 각도에서만 가능했다.
미국과 중국, 영국과 호주 등 세계 각국이 앞다퉈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6월 5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루세로 엔지니어는 양자컴퓨터가 작동할 때는 외부의 영향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이러한 금속 원통으로 내부를 보호한다고 했다.
금속 원통은 지구 자기장을 차단하고 내부는 진공 상태로 유지된다. 특히, 내부는 양자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섭씨 -273도 상태라고 했다.
양자컴퓨터 가동 방식은 외부 저항을 없애기 위해 초전도, 다이아몬드, 광자 등 여러 방식이 있는데 구글은 초전도 방식을 택하고 있다.

초전도는 전자가 아무 저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다. '절대온도' 0도인 섭씨 -273도에서는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원리다.
모든 외부 영향을 철저히 차단한 밀폐된 공간 안에서 양자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초기 컴퓨터가 그랬듯이 슈퍼컴퓨터처럼 규모는 컸다. 그러나 성능뿐 아니라 전력 소모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슈퍼컴퓨터는 메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쓰지만, 이 양자컴퓨터 1대가 소모하는 전력은 약 25㎾에 불과하다고 루세로 엔지니어는 설명했다.
구글은 이러한 양자컴퓨터를 현재 20여 대 운영하고 있다고 루세로 엔지니어는 말했다.
구글은 이를 통해 2019년 발표한 '시커모아'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효율적인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슈퍼컴퓨터가 하지 못한 인간의 숙제를 풀어주기 위해서다.
taejong7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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