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우크라이나 전쟁과 '카나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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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9-23 16:49  

[논&설] 우크라이나 전쟁과 '카나리아'



(서울=연합뉴스) 김성용 논설위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다. 오는 24일로 발발한 지 7개월을 맞는다. 전쟁의 참상은 극심해지는데 해결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군 동원령을 전격 발동했다. 핵사용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군 동원령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러시아 정부의 입장이 돌변했다. 코로나 대유행은 최근 종식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하지만 전쟁이 불러온 파문은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감은 고조된다.

최근 유엔총회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내놓은 발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형국이다. 그는 지난 20일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세계가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과 에너지 위기를 거론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킹달러'(달러화 초강세)의 기세가 거침없다.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의 경제 사정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개도국 등의 외환보유고가 2008년 이후 가장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국제금융기구의 분석 자료가 공개된 바 있다. 2008년은 금융위기 당시를 말한다. 많은 나라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화를 풀거나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전해진다.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경제 위기 조짐이 일찍 가시화된 나라 중 하나로 스리랑카가 꼽혔다. 스리랑카는 남아시아의 섬나라로 관광대국으로 불려왔다. 주력 관광 산업이 무너지고 대외 부채 압박이 지속되면서 난국에 처했다. 지난 5월 공식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접어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안 예비합의가 최근 성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지난 21일 자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동기 대비 70%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외환보유고가 줄며 일부 소비재 품목에 대한 수입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국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스리랑카의 경제난이 '탄광 속 카나리아'로 지칭되기도 했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과거 유럽 지역 등의 탄광에서 카나리아가 유독 가스를 광부들에게 감지해 주는 역할을 하는 동물로 활용됐던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신흥국들의 경제 위기 양상이 확산할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일 수 있다는 의미다.

위기 상황을 알려주는 '카나리아'에 주목해야 할 나라가 한두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게 현실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1일 기준금리를 2.25∼2.50%에서 3.00∼3.25%로 0.75%포인트 올렸다. 3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은행은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가 연 2.50%로 올랐다. 연이은 금리 인상 조치는 치솟는 물가 등이 주요인인데 전반적인 경기의 하방 가능성 등도 간과할 수 없다. 한미 간 금리 역전에 따라 금리 인상의 폭이나 속도를 최적의 조합으로 맞춰 가는 일이 시급해졌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양한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다. 위기 양상이 심화할수록 많은 국가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설 수 있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해법 찾기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듯하다.

k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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