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시, 에너지 위기 대책으로 에펠탑 등 소등 시간 앞당겨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빨리빨리 다시 여기로 와! 이번엔 제대로 찍어야 해!"
23일(현지시간) 오후 11시 40분. 노르웨이에서 이제 막 프랑스에 도착한 주비 로스(32) 씨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5분 뒤면 에펠탑 조명이 꺼진다고 하는데, 그 전에 황금빛 에펠탑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아들과 함께 유럽을 여행 중인 로스 씨는 에펠탑 조명이 평소보다 일찍 꺼진다는 얘기를 듣고 택시를 타고 달려왔다.
로스 씨는 연합뉴스와 만나 "에펠탑을 보려고 파리에 온 건데 조금만 늦게 도착했으면 기회를 놓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파리에 사는 로스 씨의 친구 플로라(33) 씨는 에너지를 아끼겠다며 굳이 에펠탑 조명까지 꺼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샹젤리제 거리에는 수없이 많은 상점이 불을 켜놓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도 좋아하는 에펠탑 조명을 끄지 않더라도 다른 곳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에펠탑은 지난 2000년부터 해가 지고 나면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매시 정각마다 5분간 조명 쇼를 해왔다.
특히 오전 1시에는 에펠탑의 황금색 조명이 꺼지고 2만 개 이상의 전구가 하얗게 반짝이는 '하얀 에펠탑'을 볼 수 있었다.
트로카데로 광장은 이렇게 반짝이는 에펠탑을 볼 수 있는 명소 중 하나로 밤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곤 한다.
하지만 이날부터 에펠탑이 마지막으로 반짝이는 시간은 오후 11시로 앞당겨졌고, 오후 11시 45분에는 조명이 모두 꺼졌다.
그래서인지 자정을 앞두고 찾아간 트로카데로 광장은 평소보다 한산한 편이었다.
황금빛 에펠탑이 갑자기 어둡게 변하자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불이 꺼진 에펠탑을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던 압델(26) 씨에게 조명이 꺼진 이유를 아느냐고 물으니 고개를 저었다.
다만 파리시(市)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에펠탑 조명을 일찍 끄기로 했다고 설명하니 "좋은 일을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독일에서 짧게 여행을 왔다는 그에게 아쉽지는 않냐고 묻자 "내일 다시 오면 된다. 지금 이 자체로도 예쁘다"고 말했다.
앞서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찾아온 에너지 위기에 맞서 각종 대책을 발표했다.
파리시는 올겨울 에너지를 지난해보다 10% 절약하겠다는 목표로 에펠탑과 시청, 박물관 등 공공기관 조명도 오후 10시부터 끄기로 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