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환경보호와 고수익…두마리 토끼 쫓는 부탄의 '새 도전'

입력 2022-10-01 07:07  

[특파원 시선] 환경보호와 고수익…두마리 토끼 쫓는 부탄의 '새 도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속에서 행복을 누리며 높은 수익까지 올리는 삶.
누구나 꿈꿀만한 인생 모습이다.
다만,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실현하기 어려운 꿈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개인이 아닌 국가라면 더욱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일 것이다.
그런데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부탄이 이런 목표를 이루겠다며 새롭게 도전장을 내 눈길을 끈다.
'행복'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은 부탄이 관광산업 개편을 통해 문화·환경 보호와 고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3월 국경을 닫아걸었던 부탄은 지난달 23일 2년 반 만에 외국인 입국을 전면 허용했다.
그러면서 부탄은 그간 외국 관광객에게 세금처럼 부과했던 '지속가능한 개발 요금'(Sustainable Development Fee, SDF)을 대폭 올렸다.
일반 외국 관광객의 하루 SDF는 인당 65달러(약 9만3천원)에서 200달러(약 28만6천원)로 3배가량 뛰었다.
이 요금을 내지 않았던 '이웃 나라' 인도, 방글라데시, 몰디브 등 남아시아 국민에도 하루당 약 15달러(약 2만1천원)씩 새롭게 부과됐다.
이번 시도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과거부터 내려온 부탄의 정책 기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구 80만명의 부탄은 국민 행복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잘 알려진 나라다. 경제 지표 개선이나 세계화보다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주목받았다.
이와 관련해 1974년에는 '가치는 높게, 양은 적게'(high value, low volume)를 관광정책의 기조로 내걸면서 숙식·가이드 비용 등이 포함된 패키지 제도(하루당 130달러)를 도입했다.
이후 2012년에는 관광산업을 더 활성화하겠다며 패키지 비용을 250달러(약 35만8천원. 성수기 기준, 비성수기는 200달러)로 올렸다.
그러면서 65달러에 달하는 SDF 제도를 신설, 이에 포함시켰다. 관광객이 마구 몰려드는 것을 막으면서 수익도 올리겠다는 장치였다.
SDF로 확보된 돈은 부탄의 자연과 문화 전통을 보호하고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사용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2012년 이후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남아시아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면서 부탄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일반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2년 5만4천명에서 2019년 7만2천명으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남아시아 관광객 수는 5만명에서 24만3천명으로 5배가까이 불어났다.
이에 최근 V. 남기엘 인도 주재 부탄대사는 지난 몇 년 간의 부탄 관광 상황에 대해 "가치는 낮아졌고 양은 많아졌다(low value, high volume)"고 지적했다고 인도 매체 더프린트는 보도했다.

결국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SDF 비용을 올리면서 고정된 숙식·가이드 요금제는 폐지했다. 관광객으로선 SDF를 더 부담하면서 숙식, 가이드 비용은 별도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새 정책의 성공 여부에 국내외 관광업계의 이목도 쏠리고 있다.
일단은 부정적 기류가 우세한 분위기다.
당장 관광업계에서는 불만 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관광객 중 상당수가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인도인이었는데 SDF 부과로 부탄행에 부담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인도 국경 인근 도시인 자이가온에서 18년간 인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여행업을 한 프리탐 가즈메르는 인도 매체 퍼스트포스트에 "이맘때는 웨스트벵골, 구자라트 등 인도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시즌인데 한 건의 예약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객들이 문의 전화를 걸었다가도 SDF 부과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다른 나라로 관광지를 변경한다"고 덧붙였다.
한 인도 네티즌은 트위터에 "부자 인도인만 부탄을 찾으라는 이야기냐"며 부탄의 새 SDF 정책을 비난하기도 했다.
트레킹 등을 즐기며 장기 체류를 원하는 일반 외국인에게도 SDF 비용 폭증은 큰 부담이다.
열흘만 부탄에 머물러도 SDF 비용은 2천달러(약 286만원)로 훌쩍 불어난다.
여기에 부탄 정부는 유명 관광지 입장 요금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광업계 종사자는 "SDF 비용이 지나치게 커져 트레킹을 원하는 이 등이 부탄을 덜 찾게 될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는 관광 산업도 타격을 받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체류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부탄은 여행지로서 여전한 매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퍼스트포스트는 부탄은 언제나 평생에 한 번은 가고 싶은 목적지로 자리잡고 있다며 극적인 풍경, 눈 덮인 산들의 파노라마, 깊은 불교 전통문화 등을 갖춘 부탄은 더 큰 비용이 필요하게 됐지만 여전히 방문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나라라고 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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