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위기인가] ⑧전문가들 "1997·2008년과 달라…금리 중요"(끝)

입력 2022-10-02 05:33   수정 2022-10-03 09:16

[한국경제 위기인가] ⑧전문가들 "1997·2008년과 달라…금리 중요"(끝)
"영국·일본·중국 등 여러 곳에서 위험 조짐…국제공조도 실종"
"전세계적인 환율 대조정기…마땅한 대응방안 없어"
한미 통화스와프 놓고는 전직 관료·학자 의견 분분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김다혜 김유아 기자 = 전문가들은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에서 촉발된 이번 국제금융시장 혼란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2일 진단했다.
한국의 경우 위기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 없으나 중심에서는 다소 빗겨서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제 공조가 실종된 가운데 미국은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 현실적인 대응 방안도 마땅치 않다고 보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의 실효성에 대해선 논란 소지가 다분하고 결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 위기겪은 관료들 "완연히 다른 국면…환율 대조정기"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현 상황을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비교할 때 위기로 규정할 수 있냐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현 상황은 그런 위기 국면과는 완연히 다르다"고 답변했다.
최 전 위원장은 두 번의 위기를 모두 겪은 경제관료다. 특히 2008년에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으로서 원/달러 환율 급등을 방어한 바 있다.
그는 "두 번의 위기는 한국을 비롯한 일부 신흥국들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모두가 겪는 현상"이라면서 "일본과 영국 등 선진국 진영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까지 합치면 주요국들의 상황이 모두 다른 만큼 공동보조도 불가능하다"면서 "그게 상황을 더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도 "예전 위기 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지금은 우리 기업들이 건전하고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신 전 위원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 기재부 국제금융 담당 차관보로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성사시킨 관료다.
신 전 위원장은 현 상황에 대해 "과거 플라자 합의 이후 각국 통화가치가 전반적인 조정을 거쳤듯 지금이 일종의 환율 대조정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과 일본, 영국·유럽연합(EU), 중국 등 전 세계 통화가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상황에 맞춰 대조정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 "심리 한쪽으로 확 쏠리면 위기로"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현 상황이 "위기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고 평가했다.
성 교수는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실물 경기 악화가 다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복합위기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동국대 김낙년 명예교수는 "경제위기라는 것이 나중에 보면 결국 심리적인 문제인 경우가 많다"면서 "사람들이 어떤 계기로 한쪽으로 확 쏠려버리면 펀더멘털이 그렇지 않더라도 위기로 가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에서 경제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는 게 외부의 시각"이라고 30일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엄청난 외환보유고가 있고 경상수지도 큰 틀에서 괜찮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일부 자본의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위기 상황의 재연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한은 '빅스텝' 가능성 열어뒀지만 속도 조절론도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결정은 통화정책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미국이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대해 "(한국의) 0.25%포인트(p)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발언했다.
미국과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한국은행이 이달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으로 시장에선 해석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런 가능성에 대해 "금리 인상 자체는 찬성하지만 그 폭이나 시기는 국내 경제 상황에 맞춰야지 환율이나 미 연준을 보고 결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환율을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대출자들이 다 무너진다"면서 "한은은 국내경제부터 생각해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여한 김용범 전 기재부 제1차관도 "지금의 환율은 내외금리차보다는 경상수지 추이나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결정요인 같다"면서 "물론 금리를 얼마나 올리느냐가 환율에 상당한 영향을 주지만 금리 인상 수준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과 내수에 주는 직접적인 냉각 효과가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 통화스와프 효과엔 의견 분분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성태윤 교수와 김낙년 교수는 시장 안정 조치의 일환으로 한미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환율을 특정한 레벨로 방어할 수 없는 시기인 만큼 통화스와프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기 극복 경험이 있는 전직 관료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최종구 전 위원장은 "최근 자국 화폐가치가 급락한 나라를 보면 대부분 선진국이고 미국과 통화스와프도 맺고 있는 나라"라면서 "통화스와프라는 것이 있으면 좋긴 하지만 서로 필요해야 맺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제윤 전 위원장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달러 가격이 비싼 것이지 달러를 못 구하는 상황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면서 "통화스와프는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때 시장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내놔야 효과가 있는 것인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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