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푸틴 사라져도 문제 그대로"…러 내각제 개혁 주장

입력 2022-10-01 00:35  

나발니 "푸틴 사라져도 문제 그대로"…러 내각제 개혁 주장
수감 상태서 워싱턴포스트에 기고…"서방, 분명한 입장 정리 중요"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에 대한 합병 선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이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러시아 권력체제를 내각제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하는 등 근본적 체제 개혁을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맞서다 투옥 중인 나발니는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자신의 법률팀을 통해 기고한 칼럼에서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고, 우크라이나가 독립국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명제는 옳지만 전술에 불과하다"며 "전략은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사 패전한다 하더라도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패배한 것이 아니라 서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패한 것이라며 국가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며 "결국 우리는 또 다른 전쟁과 침략의 새로운 순환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질투는 소비에트 이후 시대 러시아 권력자들 사이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우크라이나가 유럽을 선택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집착은 푸틴뿐 아니라 그 세대 정치인들에게 공통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비롯해 잇단 크고 작은 전쟁을 이어온 러시아에 전쟁 자체의 비용은 그리 크지 않고, 그런 차원에서 설사 푸틴을 다른 누군가로 교체한다 하더라도 러시아 엘리트층에 내재한 이 같은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을 다른 누군가로 교체하는 것이 전쟁관을 바꿀 것이라는 희망은 아주 순진한 것"이라며 "러시아의 엘리트들은 이미 그 무엇보다 전쟁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다만 각종 선전·선동에도 핵심 권력층 이외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집착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상황은 아니라면서, 우크라이나전은 국내 문제를 풀기 위한 전형적 방안이며 러시아 독재체제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돼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내각제를 채택한 발트국들이 유럽에 성공적으로 합류한 반면 이원집정부제를 택한 우크라이나 조지아 등은 체제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고, 강력한 대통령제에 기운 러시아와 벨라루스 등은 독재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내각제로 체제 개혁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의원내각제를 필요로 한다"며 "내각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한 사람이 권력을 독점하는 대신 다수당이 통치하고 독립적 사법 시스템을 보장하는 구조는 큰 성취"라고 제언했다.
그는 "체제 변화는 서방이 아니라 러시아 국민의 몫이지만, 이미 러시아에 제재를 내리고 있는 서방은 러시아의 체제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제재 해제를 포함해 서방이 러시아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러시아 국민들 입장에서 어떤 것이 옳은 선택인지 판단할 준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내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우크라이나명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등 4개 지역과 합병을 선언하고 관련 조약에 서명했다.
2011년 반부패재단을 세워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비리 의혹을 폭로해 온 나발니는 2020년 8월 비행기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여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지난해 1월 귀국과 동시에 러시아 당국에 체포,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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