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현장을 가다] UNEP전문가 "고향 카메룬, 9월 옥수수 수확철이 사라졌다"

입력 2022-10-02 08:02  

[기후위기현장을 가다] UNEP전문가 "고향 카메룬, 9월 옥수수 수확철이 사라졌다"
기후변화 과제 책임자 푸아쿠유 박사 "아프리카 대륙, 기후변화에 더 취약…투자·교육 중요"
"기후변화는 세계도처서 일어나는 실제 현상…악화시키는 건 인간 행동에 달려"



(나이로비[케냐] 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기후변화는 진짜이고 지역별로 다르게 영향을 미칩니다. 아프리카 기후변화의 특성은 대륙 자체가 대처 능력이 가장 취약하다는 겁니다."
카메룬 출신으로 아프리카 기후변화 전문가인 다니엘 푸아쿠유 박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는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지만, 아프리카 자체의 특성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푸아쿠유 박사는 현재 케냐 나이로비에 본부를 둔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기후변화 과제 책임자로 있다. 주로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감소 및 적응을 지원해왔으며,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GCF) 관련 프로젝트를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수행한 바 있다.
푸아쿠유 박사는 "가난한 아프리카는 선진국인 한국과 달리 기후변화에 대응할 인프라도 잘 안 돼 있고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대처할 수단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의 더 취약한 계층에 지원의 초점을 맞추고 글로벌 차원에서 홍수 대비 도시계획 등 인프라 투자를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아프리카 대륙 자체적으로도 정책 우선순위를 기후변화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제개발 지원이 아프리카의 관점을 배제한 채 이뤄지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원조 국가들은 알코올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뭔지도 몰랐던 가난한 피그미족을 위한다면서 소위 근대화 개발을 통해 숲을 파괴하고 그들의 삶을 오히려 알코올 등으로 황폐화했다고 말했다.
또 피그미족은 자신들이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외부적 시각으로 가난하니까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가난과 관련해 행·불행 여부는 그들의 마음 상태에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푸아쿠유 박사는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아프리카인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젊은 층에 투자해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적응해 나가게 해야 한다"라면서 가령 케냐 북서부에 있는 투르카나 호수의 기후변화로 수위가 불어나 고기잡이를 제대로 못 하는 젊은 층에 모터보트 등 생계 수단을 지원하는 것도 투자의 한 예라고 말했다.
이어 "아프리카 정치인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짤 필요가 없다"면서 "지금 있는 대응 정책만이라도 제대로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품고 있다면서 "기후변화라고 하면 으레 비가 덜 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세계 최대 사막 호수인 투르카나 호수의 수위가 최근 수년간 주변 에티오피아 및 케냐 산악지대의 강수량 증가로 오히려 올라간 것을 예로 들었다.
투르카나 호수 주변 지역은 지난 4차례 연속 우기의 가뭄으로 가축이 집단 폐사하고 주민들이 고통당하고 있지만 정작 호수는 물이 불어나는 대조적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10년대에만 해도 투르카나 호수 수위가 상류의 댐 건설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예상과 다르게 에티오피아 산악지대의 불규칙적 폭우가 흘러들면서 호숫물이 불어났다는 것이다.
푸아쿠유 박사는 기후변화란 길게 보면 강수량의 총량은 대동소이하나 특정 시기에 비가 내리거나 오지 않는 패턴이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5세인 그는 "내가 자라난 카메룬에선 소년 시절만 해도 주식인 옥수수를 한 해에 3∼5월, 7∼9월 두 차례 재배해 수확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9월 수확기가 사실상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피상적으로 토양이 비에 씻겨 내려가서 그렇다고들 한다. 그러나 사실은 두 번째 재배 시기 동안 옥수수가 자라나면서 받아야 할 연간 1천600시간의 일조량을 많은 구름 탓에 다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도 대대로 3월이면 비가 오니 파종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것과 달리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빚어지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푸아쿠유 박사는 자신이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마치기까지 11년을 살았는데, 지난 8월 영국 이중국적자로 케임브리지에 갔다가 주민들이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과거 케임브리지는 북해 등의 영향으로 다른 영국 지역보다 평균 기온이 2도나 낮아 여름밤에 창문을 열어놓으면 시원하다 못해 춥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는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맞다"라면서 그것은 수천, 수만 년에 걸쳐 일어나는 자연현상일 수 있지만 지금 그 변화를 악화시키는 것은 인간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기후변화는 자연적 현상과 인간 행동이 합해져서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푸아쿠유 박사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서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적응해 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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