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대선 르포] "세금부담만 늘린 후보" vs "성과 없는 빈수레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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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10-02 08:33   수정 2022-10-02 10:47

[브라질대선 르포] "세금부담만 늘린 후보" vs "성과 없는 빈수레 후보"

[브라질대선 르포] "세금부담만 늘린 후보" vs "성과 없는 빈수레 후보"

'대선 D-1' 룰라·보우소나루 두고 표심 극단…세대 간 이견 양상

선거 이후 갈등 봉합 난망…"정치적 논쟁, 자연스러운 현상" 해석도



(브라질리아·상파울루=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김지윤 통신원 = "내가 저 가게를 다시는 가나 봐라."

브라질 대선을 하루 앞둔 1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의 한 쇼핑몰에서 만난 남성(60)은 20여 년 다녔다는 카페에 앉아 있다가 '내일부터 더는 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가 버렸다.

초록색 글씨로 'JAIR'(자이르)라고 프린트된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던 그는 이유에 대해 "커피숍 주인이 룰라 지지자"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얼굴 사진은 괜찮다'면서도 익명을 요구한 이 남성은 "보이는 그대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지지자"라고 밝히며 "'룰라 병'에 걸린 사람들과는 말을 섞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역사상 가장 극심한 좌우 이념 대결이라는 이번 브라질 대선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6) 전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 지지자들 일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뜨겁다 못해 손이 데일 것처럼 달아오른 선거 열기는 결전의 날을 코앞에 둔 이날 브라질 도처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특히 현장에서는 세대별 표심이 크게 갈리는 듯 보였다.

'자이르' 티셔츠 남성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적어도 비리 문제에서만큼은 척결 의지가 강한 지도자"라며 "가족의 가치와 평화, 특히 자유를 수호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에게 시종일관 밀리는 결과가 나왔지만, 대선 투표 이후 개표함을 열면 분위기는 반전될 것이라는 확신도 보였다.

말을 이어가던 중 보우소나루 지지자로 보이는 한 여성이 악수를 청하고 가자 "보세요, 이게 진짜 여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다른 보우소나루 지지자(57)는 과거 룰라 정부(2003∼2010년)를 비롯한 좌파 정권 시절을 비판하며 "국가 행정력과 비교해 턱없이 늘어난 공무원 때문에 국민 세금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라질이 가야 할 경제 모델이 바로 한국"이라며 "정보기술(IT)과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룰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좀 더 젊은 층의 룰라 지지자들 역시 한목소리로 나라 걱정을 했지만, 선택은 정반대였다.

지에고 바호수(34)씨는 "두 후보 모두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정부는 절대 다시 밀어줘서는 안 된다"며 "적어도 저소득층 지원과 교육 분야에 예산을 쓸 줄 아는 룰라 전 대통령이 그나마 낫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지자를 통해 '혐오 확산 사회'를 만들고 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내일 떨리고 신나는 생애 첫 투표를 한다"는 마누엘라(19)씨도 일찌감치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그는 "빈 수레가 요란하지 않으냐"며 "현 대통령은 경제 지표를 비롯한 각종 데이터를 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놓고 지지자를 이용해 극성스럽게 선거전을 하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 이후 우리나라에서 배를 곯는 사람이 더 적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전자투표 신뢰성에 대해선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불신'으로, 룰라 지지자들은 '신뢰'로 각각 극명하게 갈라지는 답변을 내놔 선거 이후에도 갈등의 골을 쉽게 메우지 못할 것처럼 느껴졌다.



상파울루에서 만난 유권자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각각 공무원과 회사원이라는 30∼40대 성 소수자 커플은 보우소나루 정부 이후 차별과 혐오가 사회에 만연해졌다며 "1차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완승하길 바라지만, 결선에 간다고 해도 여유 있게 당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장을 은퇴한 70대 부부는 세대로 지지층을 나누는 건 안일한 구분이라는 듯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는 딱 두 부류로 이해하면 된다"며 "그(보우소나루)가 진짜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알지 못하거나, 그냥 지지자 인성이 나쁜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 옷가게 주인(54)은 "과거 좌파 정권의 실정을 바로 잡기엔 4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승리를 기원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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