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대 같은 인니 프로축구 팬클럽…광적 응원문화도 참사 원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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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10-02 18:39   수정 2022-10-02 21:49

민병대 같은 인니 프로축구 팬클럽…광적 응원문화도 참사 원인(종합)

민병대 같은 인니 프로축구 팬클럽…광적 응원문화도 참사 원인(종합)

"이번 참사 전까지 인도네시아서 축구 응원 관련 사망자 78명"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홈팀의 패배에 흥분한 수천 명의 팬이 경기장에 난입하면서 125명이 사망한 인도네시아 역대 최악의 축구장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에는 애정을 넘어 광적인 응원 문화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프로 축구 1부 리그인 리가1의 18개 팀은 일명 '마니아'라 불리는 광적인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참사를 빚은 경기의 홈팀 '아레마 FC'의 팬클럽은 '아레마니아(Aremania)'로 불린다.

'마니아' 중에서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연고로 한 '프르시자 자카르타'의 팬클럽 '자크마니아(Jakmania)'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응원 문화는 흡사 민병대로 보일 만큼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팬클럽에 가입하면 응원 훈련에 참여해야 하는데, 맨 앞에서 메가폰을 들고 지휘하는 응원단장의 구령에 따라 함성을 지르고 정신 교육을 받는 모습은 군대의 전투훈련과 비슷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들은 '삼파이 마티'(sampai mati)라는 응원 구호를 외치곤 하는데 이는 인도네시아어로 '죽을 때까지'라는 뜻이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지지하는 팀을 위해 응원하고 싸운다는 의미다.

실제로 경기장에 들어가면 이들은 경기 중 섬광탄을 쏘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불리해지면 상대 팀 선수를 향해 물병이나 심하면 돌을 던지기도 한다.



전날 발생한 사고도 홈팀의 패배에 화가 난 응원단이 대거 경기장으로 난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영상을 보면 흥분한 관중들은 관중석에 세워 놓은 철조망을 타고 넘어 경기장으로 쏟아져 내려온다. 경찰이 이들을 막아서자 폭죽으로 보이는 물건을 던지기도 한다. 또 이들은 경기장 안팎에 세워 놓은 경찰차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날 발생한 사고 사망자 중에는 시위대를 막던 경찰관도 최소 2명 포함됐다.

이런 과격함 때문에 지역 라이벌 간 경기 때는 양쪽 팀의 응원단이 충돌해 유혈 사태가 벌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와 경찰은 지역 라이벌 간 경기 때는 원정팀 응원단의 출입을 금지하고 주요 경기에서는 전투경찰과 진압 차량을 배치하기도 한다. 심지어 사고를 막기 위해 선수들을 경찰 장갑차에 태워 이동시키기도 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아레마 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 경기에서도 원정팀인 페르세바야 수라바야 팀 응원단은 출입이 금지됐으며 전투 경찰이 배치됐다.



이런 조치에도 주요 라이벌 경기에서 응원단의 과격한 행동으로 각종 사고가 빈번히 벌어진다.

2016년에는 프르시자 자카르타와 인근 도시 반둥을 연고로 하는 '프르시브 반둥'과의 경기가 과열되자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협회는 두 팀의 경기를 중립 지역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또 원정팀인 자크마니아 회원들의 참관을 금지했다.

하지만 자크마니아들은 경기를 보기 위해 버스를 대절해 경기장으로 갔고, 이동하던 중 프르시브 반둥 응원단 버스와 마주하면서 고속도로에서 대규모 패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9년에는 자크마니아인 23세 남성이 이를 숨기고 반둥에서 열린 경기를 보기 위해 숨어 들어갔다가 반둥 팬들에게 발각돼 집단 구타당하면서 사망하기도 했다. 이 일로 13명이 체포됐고, 살인·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인도네시아에서 축구 문화 개선 운동을 하는 비정부기구(NGO) 세이브 아워 사커(SOS)에 따르면 1994년 프로 리그가 시작된 이래 인도네시아에서 이 같은 과격한 축구 응원 문화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수는 이번 대규모 압사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78명에 달한다.

이처럼 인도네시아의 거친 축구 문화에 대해 안선근 인도네시아 국립이슬람대학(UIN) 교수는 "270여 종족이 모여 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지역·종족 간 갈등이 지역을 연고로 하는 축구팀 응원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관중이 몰리는 축구장에서는 이번 사고처럼 순식간에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종종 벌어진다.

역대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난 사건은 1964년 페루 리마에서 열린 페루와 아르헨티나의 도쿄올림픽 예선전이다.

이날 경기 중 판정에 흥분한 관중들이 경기장으로 몰려들자 경찰이 최루탄을 쐈고, 도망가던 팬들이 뒤엉키며 328명이 사망했다.

2001년에는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클럽 축구 경기 중 일부 관중이 흥분하자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고, 이를 피하던 관중들이 넘어지면서 126명이 사망했다. 또 1989년에는 영국 축구협회컵(FA컵) 준결승전에서 리버풀 팬 96명이 압사 사고로 숨지기도 했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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