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의학상 수상 페보, 2대째 노벨상 '가문의 영광'(종합)

입력 2022-10-04 05:20   수정 2022-10-05 18:45

생리의학상 수상 페보, 2대째 노벨상 '가문의 영광'(종합)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스웨덴 진화생물학자, 40년 만에 '父子 수상' 기록
"전화에 스웨덴 번호 떴을 때 별장 잔디 깎이 고장인 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3일(현지시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웨덴 출신 진화생물학자 스반테 페보(67)는 아버지에 이어 2대째 노벨상을 받으면서 '가문의 영광'을 이어가게 됐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955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의대를 나온 페보는 의사가 되는 길을 걷는 대신 인류 진화 연구로 한 우물을 파면서 이날 노벨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그의 연구 업적 중에서는 특히 현생 인류의 친척뻘인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해독한 게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독일 박물관에 직접 연락해 네안데르탈인 뼛조각을 손에 넣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는 2006년 과학 저널 '네이처'에 네안데르탈인 게놈 지도 가운데 일부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2007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2020년에도 네안데르탈인이 통증을 느끼는 기준이 낮다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페보는 한국에도 저서 중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2015)가 소개되는 등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특히 이날 노벨상을 받으면서 친부에 이어 2대째 노벨상을 받게 됐다.
그의 아버지인 스웨덴 생화학자 수네 베리스트룀(1916~2004)은 1982년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베리스트룀 자녀 중에서 페보는 친부 대신 친모의 성을 따르고 있다.
그의 어머니도 에스토니아 출신 화학자로 알려졌다.
페보는 2014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친부에겐 두 가족이 있었으며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몰랐다"면서 "나는 수네 베리스트룀의 비밀스러운 혼외자로 자랐다"고 썼다.
그는 성인이 돼서는 친부를 "가끔만" 봤을 뿐이라고 밝혔으나 결국 아버지의 길을 따라 생화학을 공부하게 됐고 웁살라대학에서 DNA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페보는 노벨상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친부로 인해 지금 하는 일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도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은 나를 키워준 어머니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 시절 내게 매우 큰 자극과 격려가 됐던 어머니가 오늘 기쁨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은 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페보는 수상 소식을 듣고는 처음에는 동료들이 꾸며낸 장난이라고 믿었으며 스웨덴 국가번호가 찍힌 국제전화가 걸려왔을 때는 여름 별장에서 연락이 온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차를 막 마시고 보육시설에서 밤을 지낸 딸을 데리러 가려던 참에 스웨덴에서 전화가 걸려왔다"면서 "처음에는 스웨덴에 있는 여름 별장에서 잔디깎이가 고장 났다거나 하는 내용의 전화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보는 네안데르탈인이 4만 년간 더 생존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도 언급했다.
그는 "네안데르탈인들은 어느 점에서 우리와는 정말로 다르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서는 훨씬 나쁜 인종주의적 태도를 갖지 않았을까"라고 자문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와 매우 유사하면서도 이질적인 또 다른 유형의 인간과 공존한다면 우리가 세계를 보는 관점은 사뭇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벨 위원회 관계자는 페보가 이날 수상 소식에 "감격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아주 기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는 수상에 아주 흥분했다"면서 "그는 누구에게 이를 말해도 되겠냐면서 부인에게 말해도 되는지 묻기에 괜찮다고 답해줬다"고도 뒷얘기를 공개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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