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사우디, 감산으로 정반대 행보…중간선거 영향 '비상'
내달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의회와 OPEC 영향력 차단조치 강구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 방침에 대해 근시안적인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실망감을 표시했다.
다음 달 8일 중간선거에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미국은 내달 전략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및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하는 가운데 나온 OPEC+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의 국제 공급을 유지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번 결정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이 고통을 받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 가장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미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근래 갤런(약 3.78L) 당 1.2달러가량 하락했다는 점을 강조한 뒤 "대통령이 국내 및 전 세계 동맹국과 취한 조치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11월에 전략비축유 1천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할 것과 단기에 국내 에너지 생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추가 조치가 있는지 검토해볼 것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은 미국 소비자를 보호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필요하면 전략비축유 방출을 계속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정유업체에 제품 가격을 낮춰 마진을 줄일 것도 요청하고, 미국 의회와 함께 에너지 가격에 대한 OPEC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협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백악관은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로 주목을 받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거론하며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악관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로 미국은 미국 제조 및 미국산 청정에너지와 관련 기술에 대한 의존을 확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면서 청정에너지로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가장 큰 투자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OPEC+는 이날 월례 장관급 회의 뒤 성명을 내고 11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결정에 대해 백악관 차원의 성명을 내고 대응한 것은 유가 문제가 11월 중간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때 갤런당 평균 가격이 5달러를 넘을 정도로 치솟았던 휘발유 가격은 한동안 하락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평균 3달러 중반대에서 정체돼 있는 상태이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름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인권 문제에 대한 소신을 버리고, 국제 석유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으나 사우디가 적극 협조하지 않고 있는 점도 백악관이 이번 결정을 강력 비난한 배경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마무리하면서 "향후 수개월 내 벌어질 일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 OPEC+ 차원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으나 실제 OPEC+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감산 결정을 하면서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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