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에르노 "계속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

입력 2022-10-07 01:49   수정 2022-10-07 07:17

노벨문학상 수상 에르노 "계속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
'페미니스트의 아이콘' 불려…'불법 낙태' 경험 다룬 소설 펴내기도
"이란 '히잡 시위' 지지"…'비판대상' 마크롱도 축하 보내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니 에르노(82)는 6일(현지시간) "계속 불의와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에르노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AFP, AP 통신이 전했다.
에르노는 자신이 용감하기 때문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소설을 쓴다며 문학이 "즉각적인 영향"은 주지 못하겠지만 "여성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겠고 다짐했다.
2000년 출간 당시 프랑스에서 불법이었던 낙태 경험을 다룬 소설 '사건'을 펴냈던 에르노는 "여성이 엄마가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에르노는 "우리 여성이 자유와 권력에 있어서 남성과 동등해졌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란에서 히잡 착용 강요하는 정부에 저항하는 시위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에르노는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한 직후 자택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아주 행복하고 자랑스럽다"고 짤막한 소감을 전했다.
앞서 스웨덴 SVT 방송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큰 영광인 동시에 큰 책임"을 떠안았다는 소감을 전하며 책임감은 "세상을 공정하고, 정의로운 형태로 증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트위터에 여성의 자유와 잊혀진 시절에 관해 이야기해 온 에르노의 수상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에르노가 "지난 50년 동안 조국의 집단적이고도 친숙한 기억에 관한 글을 써왔다"고 평했다.
좌파 진영을 지지하는 에르노는 그간 우파 색이 짙은 정책을 추진해온 마크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에르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 공개서한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난했었다.
에르노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지지했던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도 "기뻐서 눈물이 난다"며 수상을 축하했다.
좌파 사회당(PS) 소속의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자전적 소설의 선구자"인 에르노가 "수많은 작품으로 여성의 내면에 씌워진 베일을 벗겨줬다"며 축사 인사를 건넸다.
2018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니콜라 마티외는 유일하게 책에 사인을 받은 작가가 에르노라며 인스타그램에 축하 글을 올렸다.
에르노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프랑스 사회학자 지젤 사피로는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해 사회적, 성적 불평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줬다"고 칭송했다.
사피로는 AFP 통신에 에르노는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사회적 성관계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문학의 나라'를 자처하는 프랑스에서는 1901년 초대 수상자 쉴리 프뤼돔을 비롯해 로맹 롤랑(1915년), 앙드레 지드(1947년), 알베르 카뮈(1957년), 장 폴 사르트르(1964년·수상 거부) 등을 거쳐 에르노에 이르기까지 총 16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에르노 직전에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르가 2014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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