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창설후 러시아·구소련권 국가 인권상황 감시
검찰 "소련에 테러국가 허위 주장"…지난 2월말 최종 해산판결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올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은 1989년 창설된 후 러시아를 대표하는 가장 오래된 인권단체 중 하나다.
옛 소련 시절 역사·교육 단체로 창설된 뒤 2년 후인 1991년 인권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국제 메모리알을 주축으로 옛 소련권인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라트비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뿐만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에도 지부를 두고 네트워크 조직으로 활동했다.
활동 기간 옛 소련과 개방 후 러시아의 정치적 탄압을 연구·기록하고, 러시아와 다른 옛 소련권 국가들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활동을 주로 해왔다.
2016년 외국대행기관으로 등록된 메모리알은 최근 몇 년 동안 외국대행기관법 위반죄로 여러 차례 과징금 처벌을 받았다.
2012년 제정된 러시아의 외국대행기관법은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러시아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는 비정부기구(NGO), 언론매체, 개인, 비등록 사회단체 등에 자신의 지위를 법무부에 등록하고, 정기적으로 활동 자금 명세 등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자체 발행하는 모든 간행물에는 외국대행기관임을 명시하도록 했다.
러시아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28일 검찰의 기소에 따라 메모리알과 지방 및 산하 조직에 대한 해산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메모리알이 자체 출판물에 외국대행기관임을 표시하도록 한 법률을 무시하면서 불법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또한 "메모리알이 옛 소련에 대해 테러국가라는 허위 이미지를 조장하고, 대조국전쟁(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왜곡하며, 나치 범죄자들을 복권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메모리알 폐쇄는 언론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 침해"라면서 "단체 해산을 위한 정부의 외국대행기관법 이용은 국가적 탄압에 대한 기억삭제를 겨냥하는 시민사회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메모리알은 대법원 결정에 항소했으나 지난 2월 28일 대법원 항소위원회가 이를 기각함으로써 최종 해산됐다.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침공 이후 나흘 뒤였다.
현재 메모리알 홈페이지에는 "조직이 법원 결정으로 해산됐다. 웹사이트는 더는 업데이트되지 않는다"는 공지가 게시돼 있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수상 결정에 대해 "수상자들이 자국에서 시민사회를 대표한다"며 "이들은 수년간 권력을 비판하고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할 권리를 증진해왔다"고 설명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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