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대교 폭파 미스터리…"러시아 결론내린 트럭폭탄 아닌 듯"

입력 2022-10-10 09:35   수정 2022-10-10 12:45

크림대교 폭파 미스터리…"러시아 결론내린 트럭폭탄 아닌 듯"
"보안영상 자세히 보면 전혀 관계없는 차량"
전문가, 우크라 무인선박 공격 가능성 제기
러, '파괴공작'보다 '테러' 선호…우크라 NCND 정보전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 폭파의 진상을 둘러싸고 다양한 가설이 제기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드러났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일단 폭파 방식부터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사건 경위를 두고 분석이 다채롭지만 일부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은 러시아가 주장하고 있는 트럭폭탄 공격설이다.
러시아는 크림대교의 차량용 교량을 지나던 트럭에서 폭탄이 터져 교량 일부가 무너지고 근처 유조열차로 불이 옮겨붙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 풀린 보안 카메라 영상을 보면 폭발 시각에 트럭이 다리를 건너 크림반도 쪽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난다.
러시아는 트럭이 불가리아, 조지아, 아르메니아, 러시아령 북오세티아, 크라스노다르를 거쳐 크림대교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BBC는 폭발 현장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세밀하게 보면 트럭이 이번 폭발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BBC는 폭발에 따른 거대한 불덩어리가 트럭이 교량의 오르막길을 갈 때 트럭 뒤편, 한쪽에서 분출됐다는 사실을 그 근거로 들었다.
영국 육군의 한 전직 폭발물 전문가는 "지금까지 차량에 실려 운반되는 수많은 급조폭발물(IEDs)을 봤지만 이번 폭발은 차량폭탄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BBC는 차량폭탄 가설이 러시아 지도부에서 급속히 확산하기 시작한 점부터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가 자행한 사보타주(파괴공작)라는 자존심 상하는 가능성보다 테러를 선호한다는 주장이다.
폭발의 모양새와 교량의 구조를 볼 때 이번 사건은 다리 위가 아닌 아래에서 저질렀을 가능성이 더 설득력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육군의 전직 폭발물 전문가는 대체로 교량이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충격에 더 약하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교량은 상판을 향해 아래쪽으로 쏠리는 하중과 바람 등으로 인해 측면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안 카메라 영상을 보면 폭발 몇 초 전 크림대교를 떠받치는 지지대 옆에서 작은 선박 때문에 생긴 물결처럼 보이는 것이 확인된다.

우크라이나군이 무인 보트와 같은 장비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차례 확인됐다.
앞서 9월 러시아 흑해함대 본부가 위치한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근처에서는 센서나 잠망경처럼 보이는 장치 등 각종 장비를 장착한 의문의 무인 보트가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군은 이 보트를 조사한 후 해상에서 폭파했다.
BBC와 인터뷰한 폭발물 전문가는 "우크라이나가 해상에서 원격조종 가능한 감시·타격 (운송) 수단을 갖추고 있다는 근거 있는 보고가 있다"며 이 같은 작전 방식이 몇 년에 걸쳐 개발됐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현재 크림대교 폭발 책임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의 조사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의 테러로 규정하고 러시아 크라스노스다르 출신의 남성 2명을 각각 트럭 소유자와 운전자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이번 사건을 러시아 기간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기관의 테러로 규정하고 보복조치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범죄집단인 키예프(키이우) 정권이 저지를 테러행위"라며 직접 보복을 촉구했다.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는 크림대교 파손을 크게 반기면서도 개입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중대 타격을 입었을 때 우크라이나가 일관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전략의 되풀이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흑해기함 모스크바호의 침몰, 크림반도 내 해군 비행장 초토화 등 때도 유사한 태도를 보였다.
BBC는 "모두 계속 추측에 열을 올리도록 하는 걸 우크라이나가 매우 만족스러워한다"며 이를 우크라이나의 성공적 정보전으로 진단했다.
hanj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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