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0.05배로 77km까지'…SKC, 동박으로 펴내는 미래동력
가늘고 넓고 길게 만들수록 전기차 이차전지 경량화·고용량화 유리
SK넥실리스 정읍공장 가보니…무인차가 6t 동박롤 척척 옮겨
IRA 대응 북미투자 美·캐나다 동시증설도 검토
(정읍=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SKC[011790]의 동박 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 정읍 5공장에 들어서자, 수십 대의 제박기가 쉴새 없이 돌며 구릿빛 동박을 펴내고 있었다.
동박(銅箔)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안팎의 얇은 구리 포일(Copper Foil)로 전기차 이차전지 음극집전체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이런 동박은 롤러 사이에 재료를 통과시켜 만드는 '압연'이 아닌 금속을 얇게 입히는 '도금'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제박기에 구리 용액을 공급하고, 전기를 흘려주면 회전하는 드럼 표면에 얇은 구리 막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때 드럼의 회전 속도와 전류의 세기 등에 따라 동박 두께가 달라지는데, 동박을 얼마나 얇으면서도 넓고 길게 만들 수 있느냐가 기술력을 좌우한다.
특히 동박은 두께가 얇으면 얇을수록 이차전지의 경량화·고용량화에 유리하다.
두께가 얇은 만큼 무게가 줄어들고, 활물질(전지가 방전할 때 화학적으로 반응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물질)은 더 많이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얇은 동박을 적용하면 가볍고 성능 좋은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 6㎛ 동박 세계 최장 77㎞ 생산 가능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 길고 넓은(Thinnest, Longest & Widest) 동박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SKC는 이달 11일 국내 최대 동박 생산기지인 SK넥실리스의 정읍 5공장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SK넥실리스는 2020년 SKC가 KCFT를 인수하며 출범했다.
이후 총 부지면적 12만2천452㎡ 규모의 정읍공장에 5·6 공장을 증설하며 연간 생산능력을 3.4만t(톤)에서 5.2만t으로 늘렸다.
동박 기술 경쟁력은 숫자로 입증된다.
정읍 5공장의 제박기는 6㎛ 두께의 동박을 1.4m 너비로 세계 최장인 77㎞(서울∼천안 거리)까지 생산할 수 있다.
6㎛는 머리카락 두께(약 120㎛)의 20분의 1 수준이다.
77㎞ 길이로 동박을 생산하기 위해선 3박 4일 동안 제박기를 돌려야 하는데, 이렇게 완성된 동박롤의 무게만도 6t에 달한다.
현재 SK넥실리스가 생산하는 가장 얇은 두께의 동박은 4㎛다. 4㎛ 두께로는 세계 최장 30㎞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다.
또 지난해와 올해 각각 완공된 5·6공장은 업계 최고 수준의 첨단 설비를 갖췄다.
제어실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천장의 자동 크레인이 6t짜리 동박롤을 무인운반차에 옮겨 싣고, 무인운반차는 이를 다음 공정으로 운반한다.
제품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샘플을 분석실까지 전달하는 작업도 로봇의 몫이었다.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된 탓에 생산라인에서는 작업자를 찾아보기 쉽지 않아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2025년 연산 25만t 규모 확대
SKC는 정읍 5·6공장과 같은 최신 설비를 동남아와 유럽, 북미 지역으로 옮겨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SKC는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산 5만t 규모의 공장을, 올해 6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도 같은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동박 5만t이면 150만∼200만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또 북미 투자 후보 지역은 미국과 캐나다 내 4곳으로 압축해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4분기 내 부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SKC 관계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으로 역내 생산 수요가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며 "고객사에 더 밀착해 요청사항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과 캐나다 두 곳에서 동시에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C는 동박 업계 최초로 고객사와 협력해 전용라인을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객사를 미리 확보해 안정적으로 증설을 추진하고, 고객사는 자사 제품에 최적화한 고품질 동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윈-윈(Win-win)'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2025년 북미 지역 증설이 완료되면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 능력은 연간 25만2천t 규모로 확대된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이사는 북미 투자와 관련 "지역 정부의 인센티브, 원가요소인 전력비, 우수인력 확보, 고객사와의 거리를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 정부와 협상 진행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 쪽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 증설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투자 비용은 종전에 생각한 것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 미래 성장동력 '선택과 집중'…대형 M&A도 적극 모색
SKC는 또 이차전지 소재와 함께 반도체·친환경 소재를 미래 3대 성장 축으로 선정하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에 반도체 글라스 기판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올해 4분기 착공을 추진한다.
또 SKC는 올해 6월 모태 사업인 필름 부문을 매각하기로 하는 등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C는 이번 매각 대금 등을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고, 글로벌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박원철 SKC 대표이사는 "M&A는 (지금까지보다) 더 큰 규모를 생각하고 있다. 당장은 불경기라서 위축돼있지만 예상컨대 내년 M&A 시장이 더 좋을 것"이라며 "지금도 (대상을) 보고 있고 계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케미칼[011170]이 국내 2위 동박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020150]를 인수한 것과 관련 박 대표는 "한국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우리는 총알을 대는 입장"이라면서 "시장 수요만큼 더 빨리 물량을 늘리고 싶은데 롯데가 그 대열에 함께 하면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박 대표는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동박 사업이 장비나 의지만 가지고는 따라잡기 힘든 갭(격차)들이 있다"며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로서 격차를 유지하면서 선의의 경쟁도 하고 한국 배터리 업체를 지원하는 책임 있는 공급자가 되려 한다"고 강조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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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 정읍공장 가보니…무인차가 6t 동박롤 척척 옮겨
IRA 대응 북미투자 美·캐나다 동시증설도 검토
(정읍=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SKC[011790]의 동박 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 정읍 5공장에 들어서자, 수십 대의 제박기가 쉴새 없이 돌며 구릿빛 동박을 펴내고 있었다.
동박(銅箔)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안팎의 얇은 구리 포일(Copper Foil)로 전기차 이차전지 음극집전체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이런 동박은 롤러 사이에 재료를 통과시켜 만드는 '압연'이 아닌 금속을 얇게 입히는 '도금'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제박기에 구리 용액을 공급하고, 전기를 흘려주면 회전하는 드럼 표면에 얇은 구리 막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때 드럼의 회전 속도와 전류의 세기 등에 따라 동박 두께가 달라지는데, 동박을 얼마나 얇으면서도 넓고 길게 만들 수 있느냐가 기술력을 좌우한다.
특히 동박은 두께가 얇으면 얇을수록 이차전지의 경량화·고용량화에 유리하다.
두께가 얇은 만큼 무게가 줄어들고, 활물질(전지가 방전할 때 화학적으로 반응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물질)은 더 많이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얇은 동박을 적용하면 가볍고 성능 좋은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 6㎛ 동박 세계 최장 77㎞ 생산 가능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 길고 넓은(Thinnest, Longest & Widest) 동박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SKC는 이달 11일 국내 최대 동박 생산기지인 SK넥실리스의 정읍 5공장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SK넥실리스는 2020년 SKC가 KCFT를 인수하며 출범했다.
이후 총 부지면적 12만2천452㎡ 규모의 정읍공장에 5·6 공장을 증설하며 연간 생산능력을 3.4만t(톤)에서 5.2만t으로 늘렸다.
동박 기술 경쟁력은 숫자로 입증된다.
정읍 5공장의 제박기는 6㎛ 두께의 동박을 1.4m 너비로 세계 최장인 77㎞(서울∼천안 거리)까지 생산할 수 있다.
6㎛는 머리카락 두께(약 120㎛)의 20분의 1 수준이다.
77㎞ 길이로 동박을 생산하기 위해선 3박 4일 동안 제박기를 돌려야 하는데, 이렇게 완성된 동박롤의 무게만도 6t에 달한다.
현재 SK넥실리스가 생산하는 가장 얇은 두께의 동박은 4㎛다. 4㎛ 두께로는 세계 최장 30㎞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다.
또 지난해와 올해 각각 완공된 5·6공장은 업계 최고 수준의 첨단 설비를 갖췄다.
제어실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천장의 자동 크레인이 6t짜리 동박롤을 무인운반차에 옮겨 싣고, 무인운반차는 이를 다음 공정으로 운반한다.
제품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샘플을 분석실까지 전달하는 작업도 로봇의 몫이었다.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된 탓에 생산라인에서는 작업자를 찾아보기 쉽지 않아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2025년 연산 25만t 규모 확대
SKC는 정읍 5·6공장과 같은 최신 설비를 동남아와 유럽, 북미 지역으로 옮겨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SKC는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산 5만t 규모의 공장을, 올해 6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도 같은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동박 5만t이면 150만∼200만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또 북미 투자 후보 지역은 미국과 캐나다 내 4곳으로 압축해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4분기 내 부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SKC 관계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으로 역내 생산 수요가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며 "고객사에 더 밀착해 요청사항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과 캐나다 두 곳에서 동시에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C는 동박 업계 최초로 고객사와 협력해 전용라인을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객사를 미리 확보해 안정적으로 증설을 추진하고, 고객사는 자사 제품에 최적화한 고품질 동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윈-윈(Win-win)'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2025년 북미 지역 증설이 완료되면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 능력은 연간 25만2천t 규모로 확대된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이사는 북미 투자와 관련 "지역 정부의 인센티브, 원가요소인 전력비, 우수인력 확보, 고객사와의 거리를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 정부와 협상 진행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 쪽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 증설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투자 비용은 종전에 생각한 것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 미래 성장동력 '선택과 집중'…대형 M&A도 적극 모색
SKC는 또 이차전지 소재와 함께 반도체·친환경 소재를 미래 3대 성장 축으로 선정하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에 반도체 글라스 기판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올해 4분기 착공을 추진한다.
또 SKC는 올해 6월 모태 사업인 필름 부문을 매각하기로 하는 등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C는 이번 매각 대금 등을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고, 글로벌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박원철 SKC 대표이사는 "M&A는 (지금까지보다) 더 큰 규모를 생각하고 있다. 당장은 불경기라서 위축돼있지만 예상컨대 내년 M&A 시장이 더 좋을 것"이라며 "지금도 (대상을) 보고 있고 계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케미칼[011170]이 국내 2위 동박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020150]를 인수한 것과 관련 박 대표는 "한국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우리는 총알을 대는 입장"이라면서 "시장 수요만큼 더 빨리 물량을 늘리고 싶은데 롯데가 그 대열에 함께 하면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박 대표는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동박 사업이 장비나 의지만 가지고는 따라잡기 힘든 갭(격차)들이 있다"며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로서 격차를 유지하면서 선의의 경쟁도 하고 한국 배터리 업체를 지원하는 책임 있는 공급자가 되려 한다"고 강조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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