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지나도 트라우마 여전"…발리서 폭탄테러 20주기 추모행사

입력 2022-10-12 18:03  

"20년 지나도 트라우마 여전"…발리서 폭탄테러 20주기 추모행사
최대 사망자 나온 호주, 시드니서 추모행사…총리 "20년 지나도 아픔 가시지 않아"
생존자·유가족 고통 여전…수감 중인 주범, 가석방 대상에 올라 논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20년 전 2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 20주기를 맞아 발리와 호주 시드니 등지에서 추모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12일 호주 ABC 등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시드니 쿠지 비치에서 열린 발리 폭탄 테러 20주기 행사에 참석해 "20년이 지나도 당시 아픔이 가시지 않는다"라며 당시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추모했다.
2002년 10월 12일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에서는 나이트클럽 등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모두 202명이 사망했다. 당시 테러로 호주는 자국민 88명이 사망해 인도네시아인들보다 많은 희생자를 냈다. 이날 추모행사가 열린 곳은 당시 테러로 선수 6명이 사망한 쿠지 돌핀스 럭비팀의 홈구장이 있는 곳이다.
호주 수도 캔버라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시스워 프라모노 주호주 인도네시아 대사가 참석했다.
프라모노 대사는 "20년 전 오늘은 인도네시아 역사상 가장 슬픈 날 중 하나"라며 "테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빼앗았지만, 우리의 권리와 자유, 사랑은 뺏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테러가 벌어진 발리에서도 각종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호주 총영사관은 이날 발리에서 당시 테러의 희생자들을 위한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테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테러 생존자 앤드루 차비씨는 "테러로 몸을 다쳤지만 나는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라며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생각하며 매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에는 폭탄 테러 장소 근처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1분간 묵념하는 추모 행사가 열린다.


20년이 지났지만, 테러의 상흔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위디아 푸트라씨는 당시 차를 몰던 중 발리 쿠타의 번화가에서 차량 정체에 걸렸다. 그때 인근 건물에서 폭탄이 터졌고, 몸의 3분의 1이 화상을 입었다.
그는 "요즘도 운전하다 교통 체증에 걸리면 공포를 느낀다"라며 "발리가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식은땀이 나며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했다.
간혹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테러범의 소식은 피해자와 유가족을 고통스럽게 한다.
당시 테러는 동남아시아 이슬람 통합국가를 건설하겠다며 결성된 동남아 이슬람원리주의 연합단체 제마 이슬라미야에 의해 벌어졌다. 이 테러로 인도네시아는 강력한 반(反)테러법을 제정하고 대대적인 테러와의 전쟁에 나서 테러 조직을 소탕, 600명이 넘는 사람들을 검거했다.
당시 테러에서 폭탄을 만들고 발리의 미국 영사관 밖에 폭탄을 설치한 주범 알리 임론은 여전히 인도네시아 감옥에 수감 중이다.
다른 주범들은 대부분 총살형을 당했지만, 그는 수사에 협조한 대가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임론은 AFP에 "나는 죽을 때까지 후회하며 죽을 때까지 사과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당시 테러로 눈을 다친 피해자 티올리나 마르파웅은 "그는 감형을 위해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또 다른 테러 주범인 우마르 파텍이 풀려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파텍은 테러에 사용된 폭탄을 제조했으며, 테러 이후 파키스탄에 숨어 있다 2011년 1월 체포됐다.
그는 사형이나 종신형이 예상됐지만,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덕에 법원에서 20년 형을 받았고, 이후로도 여러 차례 감형받으면서 지난 8월 가석방 대상자가 됐다.
그가 가석방 수순을 밟자 많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분노하며 인도네시아에 항의했다. 특히 파텍이 감옥에서 웃으며 인터뷰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나서 인도네시아 정부에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인도네시아는 국내 문제라고 답하면서도, 아직 파텍의 석방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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