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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집권한 伊 의회서 첫 회의 주재한 92세 홀로코스트 생존자

입력 2022-10-13 22:22   수정 2022-10-13 22:37

극우 집권한 伊 의회서 첫 회의 주재한 92세 홀로코스트 생존자
임시 상원의장 맡은 세그레 종신의원…아버지, 조부모 수용소에서 피살
AP "파시즘의 과거와 미래가 만나"…세그레 연설에 상원 기립박수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독일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계 이탈리아 여성이 이탈리아 의회의 첫 문을 열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종신 상원의원인 릴리아나 세그레(92)가 13일(현지시간) 상원이 자리한 로마 시내 '팔라초 마다마'에서 첫 상원 회의를 주재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전직 대통령 또는 대통령이 임명한 국가유공자 등이 종신 상원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25일 조기 총선을 통해 상원의원 200명, 하원의원 400명을 새롭게 뽑은 이탈리아는 의회 개원일인 이날 상·하원의장을 선출한다.
상원의장이 공석일 때는 의회 규정상 최고령 상원의원이 회의를 주재한다.
세그레보다 연장자인 종신 상원의원이 불출석함에 따라 세그레가 임시로 상원의장을 맡았다.
이번 총선에선 이탈리아 극우 파시스트의 후예로 꼽히는 이탈리아형제들(Fdl)을 주축으로 한 우파 연합이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극우 세력이 정부 구성을 향해 첫걸음을 뗀 이 날, 공교롭게도 첫 회의를 독일 나치 등 극우의 피해자가 주재한 것이다.
AP 통신은 "파시즘의 과거와 미래가 만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그레는 상원 연설에서 1922년 10월 베니토 무솔리니가 '검은 셔츠단'과 함께 로마 진군을 시작해 권력을 잡았던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올해 10월은 파시스트 독재정권이 집권한 로마 진군 사건 100주년"이라며 "그런데 마침 이때 내가 민주주의의 신전에서 의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나는 운명이 내게 가져다준 역할에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세그레는 13세이던 1944년 1월 아버지, 친조부모와 함께 폴란드의 유대인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 뒤 이듬해 5월 나치의 몰락과 함께 수용소에서 풀려났다. 함께 수용됐던 그의 아버지와 조부모는 모두 그곳에서 학살됐다.
아우슈비츠로 이송된 이탈리아 어린이 776명 가운데 살아남은 25명의 생존자 중 한 명인 그는 자신의 참혹한 경험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아오다가 1990년대부터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이 직접 겪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적극적으로 전하기 시작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무솔리니가 인종차별법을 도입한 지 80년째인 2018년 세그레를 종신 상원의원에 임명했다.
세그레는 인종차별법으로 인해 유대인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없었다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감정이 격해져 목이 메었다.
그는 "1938년 바로 이런 날이었다. 학교 의자에 앉을 수 없어 우울하고 실의에 빠졌던 그 어린 소녀를 기억하면 현기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그리고 어떤 이상한 운명에 의해, 그 소녀는 오늘 상원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자에 앉았다"고 말했다.
세그레의 감동적인 연설에 상원의원 전원이 기립박수를 쳤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전했다.
이후 투표에서 상원의장에 선출된 Fdl 소속의 이그나치오 라 루사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에 동참했다. 그는 2018년 자택 인터뷰에서 자신이 소장한 무솔리니 기념품을 자랑해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Fdl는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창설한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 뿌리를 둔다.
멜로니 대표는 "파시즘은 지나간 역사"라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Fdl는 MSI가 사용했던 삼색 불꽃 로고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세그레는 새 의회가 서로에게 혐오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 문명화된 토론을 하기를, 그리고 이탈리아 헌법을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모든 이탈리아 국민은 성별, 인종, 언어, 종교, 정치적 의견의 구별 없이 법에 따라 평등하다고 명시한 헌법 제3조를 인용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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