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불공정심의 논란에 다시 고개 든 '게임위 폐지론'

입력 2022-10-15 11:00  

[게임위드인] 불공정심의 논란에 다시 고개 든 '게임위 폐지론'
선진국은 민간기구가 게임 심의하는데…한국은 16년째 관 주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대체 어떤 나라가 콘텐츠 수출액 70%를 차지하는 '효자 산업'을 이런 식으로 관리할까요?"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불공정 심의 논란을 지켜보던 판교의 한 게임사 팀장의 한숨 섞인 탄식이다.
게임위가 최근 국내에서 자체등급분류를 받아 수년간 서비스돼온 일부 모바일 게임 등급을 무더기로 일괄 상향 통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점화한 논란이 심의 기관 존폐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온라인·패키지·콘솔·모바일 등 게임물에 대한 사전심의 의무를 폐지하라'는 국민동의청원은 이달 초 올라온 지 일주일 만에 국회 소관위원회 회부 요건인 5만 명을 충족했다.
이는 사실상 게임위를 폐지하거나 권한을 대폭 축소하라는 취지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는 향후 해당 청원을 안건으로 상정해 심사할 예정이다.
게임위의 존립 근거가 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 역시 현재 국회에 여럿 계류된 만큼, 이 사태를 계기로 16년간 존속한 게임위의 통제 위주 운영 방식이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 사행성 게임 잡으려고 출범…게임물 유통 전반 통제
게임위의 전신인 게임물등급위원회는 2006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바다이야기' 사건을 계기로 설립됐다.
그전에는 영화·음반 심의를 하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게임 심의도 맡아왔으나, 중독자를 양산하는 도박성 아케이드 게임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이를 단속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심의기관이 새롭게 출범한 것이다.
시작부터 게임물에 대한 '관리'와 '검열'이 주된 목적이었던 게임위는 오늘날까지도 게임물 유통 전반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갖고 있다.
현행 게임산업법은 게임물을 제작·유통하려면 누구나 게임위의 게임물 등급분류를 받도록 했다.
2017년 자체등급분류제도 도입 이후 일정 심사를 거친 사업자는 자체적으로 게임물에 이용등급을 정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은 의무적으로 게임물관리위 심의를 받도록 했다.
또 자체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이라도 게임위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에 해당하거나 등급분류 거부 사유가 된다고 판단할 경우, 등급을 직권으로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 美·日·유럽은 민간기구 자율심의 정착
공공기관이 게임 심의를 관리하고, 이를 거치지 않은 게임 유통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이런 방식은 게임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임위와 비슷한 등급분류 기능을 수행하는 미국의 ESRB, 일본의 CERO, 유럽의 PEGI는 모두 비영리 민간기구로,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자율규제 기관이다.
따라서 이들 기구의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이라도 시장에 유통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물론 대형 게임사와 유통사, 소매점은 심의기구의 심의를 받은 게임만 유통하기 때문에 상업적 목적으로 출시되는 게임 대부분이 심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모바일 게임의 경우, 전적으로 이를 유통하는 앱 마켓의 등급분류에 맡기고 있다.
민간이 주도하는 자율심의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세계적 표준)로 자리 잡은 셈이다.



◇ 폐지론 직면한 게임위…"사후통제만 하는 기관으로 바꿔야"
게임위는 설립 이래 줄곧 게이머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2019년에는 아마추어 게임 제작자들이 각자 만든 게임을 공유하는 사이트 '주전자닷컴'에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서비스하지 말라고 통보해 논란이 일었다. 타격을 받은 게임들은 주로 저연령층이 시험 삼아 만들어 올린 플래시 게임들이었다.
정작 여아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아이들 프린세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여성 캐릭터의 옷을 벗기는 게임 '와이푸' 같은 게임은 자체등급분류 모니터링으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위는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도 외국에서 사설 서버를 통해 불법 유통되는 국산 게임, 선정적인 중국산 게임 광고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임 업계는 '바다이야기' 사건을 계기로 생겨난 게임위 취지에 맞게 아케이드 게임만 관리·감독하는 기관으로 축소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9년 단국대 이환수·정해상 교수 연구진이 펴낸 논문 '게임물 등급분류제도의 국제 비교 연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연구진은 "온라인 오픈마켓의 등장과 함께 기존 (게임물 등급분류) 체계는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는 구식의 것이 되어버렸고, 말썽을 일으키며 게임산업 발달에 장애가 되는 요소로 비난받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게임물 등급분류를 담당하되, 게임위와 같은 전문기관은 전문적인 사후통제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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