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시위 한달] ② 한 여성의 죽음이 촉발…오랫동안 쌓인 불만 폭발

입력 2022-10-16 08:30  

[히잡시위 한달] ② 한 여성의 죽음이 촉발…오랫동안 쌓인 불만 폭발
석연치 않은 사인 발표에 분노…경제난이 시위확산 촉매 효과
민족간 갈등도 한몫…소수민족 밀집지역에서 충돌 격렬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에서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는 20대 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시작됐다.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흐사 아미니(22)는 지난달 13일 친지를 만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에 붙잡혔다.
'도덕 경찰'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풍속·복장을 단속한다.
외국인을 포함해 모든 여성이 의무적으로 히잡을 써야 하는 나라는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면 이란이 유일하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여성에 대해 형법으로 엄히 처벌한다.
히잡이 느슨해 앞머리가 보이거나, 목 부분 피부가 드러나게 착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밖에도 발목이 드러나는 치마, 반바지, 반소매, 엉덩이 라인이 드러나는 바지도 여성은 입을 수 없다.
아미니의 경우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해 머리카락이 보여 지도 순찰대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아미니는 테헤란 중부에 위치한 경찰서에서 초기 조사를 받은 뒤 이슬람 풍속 교육을 받기 위한 시설로 옮겨졌다.
경찰은 아미니가 교육장에 들어선 지 26분 만에 돌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아미니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약 300m 떨어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사흘 뒤 숨졌다.
사건 초기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으며, 심장마비가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젊은 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에 더해 경찰의 석연치 않은 해명에 이란인들은 분노했다.
올해처럼 대규모는 아니지만, 이란 사회에서 히잡 반대 운동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에는 테헤란의 한 번화가에서 히잡을 벗어 막대기에 걸고 흔들며 시위를 벌인 30대 여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여성은 곧바로 체포됐고,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죄로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았다.
현지인들은 오랜 기간 쌓여온 복장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은 아미니 사건으로 폭발했다고 입을 모은다.

2018년 미국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극심해진 경제난은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제재 후 지난 4년간 이란 리알화 가치는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리알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물가가 매년 폭등했지만, 임금 상승은 그에 미치지 못해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각해졌다.
이런 이유로 시위는 복장의 자유 문제를 넘어 경제위기의 책임을 묻는 정권 퇴진 운동으로 변모했다.
여기에 이란 내 소수민족의 정부에 대한 불만까지 겹치면서 시위는 더욱 격화됐다. 아미니는 쿠르드계 이란인이다. 이란 인구 8천300만명 중 쿠르드계는 약 1천만명으로 추산된다.
쿠르드족이 많이 사는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주와 발루치족과 아랍계 소수민족이 밀집한 후제스탄주와 시스탄-바-발루치스탄주는 시위대와 보안군 간의 무력 충돌로 많은 사상자가 나온 곳이다.
국경과 가까운 이들 지역은 대부분 경제 형편이 좋지 않은데다 정부 정책에서 소외된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
이란 정부는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시위를 틈타 국가 전복을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명분으로 경찰은 강경 진압 기조를 유지해 왔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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