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오르면 뭐하나'…실질금리 2년째 마이너스 행진

입력 2022-10-19 06:11   수정 2022-10-19 11:42

'예금금리 오르면 뭐하나'…실질금리 2년째 마이너스 행진
지난해 이어 올해도 물가 상승률>수신금리…은행에 넣어놔도 손실
주식·부동산 빙하기 속 대안 없어…당분간 예·적금에 자금 몰릴 듯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에 예금을 맡긴 가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랠리를 반영해 은행 예·적금 금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물가 상승률에는 턱없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은행 및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2.98%로 나타났다.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 1월에만 해도 1.65%에 불과했지만, 2월 1.70%, 3월 1.74%, 4월 1.87%에 이어 5월(2.02%)에 2%대에 올라섰다.
이어 6월 2.41%, 7월 2.93%에 이어 8월에는 3%에 육박했다.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는 정기 예·적금 금리로 실질금리를 구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 명목금리 중 하나다.
이런 저축성 수신금리 상승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랠리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해 8월 0.25%포인트(p)를 시작으로 이달까지 모두 여덟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연 0.5% 수준이던 기준금리가 연 3.00%까지 높아졌다.
아직 8월과 10월 단행한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9월 이후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더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물가 상승률이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말보다 4.4% 상승했다.
이에 따라 8월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2.98%)에서 물가 상승률(4.4%)을 뺀 실질금리는 -1.42%로 집계됐다.
은행에 예·적금을 새로 들었다면 물가 상승분만큼도 이자를 받지 못해 실질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5%대 고공비행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축성 수신금리가 상당폭 오르더라도 올해 연간으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실질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가중평균 금리 자료가 작성된 1996년 이래 이런 방식으로 계산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해는 2011년(-0.31%)과 2017년(-0.34%), 작년(-1.42) 등 세 차례뿐이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1990년대 중반에는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가 10%대에 달해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도 예·적금을 들면 5∼6%대 실질금리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실질금리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2012년 1.23%, 2013년 1.43%, 2014년 1.13%, 2015년 1.04% 등 1%대에 이어 2016년 0.48%, 2017년 -0.34%까지 추락했다.
이후에도 2018년 0.37%, 2019년 1.35%, 2020년 0.55% 등으로 1% 전후를 기록하다가 물가 상승이 시작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그나마 은행 예·적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라는 점이다.
주식시장에 이어 최근 부동산 시장마저 빙하기로 접어들면서, 자칫 자산 시장에 잘못 투자했다가는 원금에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어서다.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해 투자자들 사이에선 5천만원까지 예금이 보호되는 데다 5%에 육박하는 금리를 주는 은행 예·적금을 대체할만한 투자처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시중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천245조4천억원으로 8월 말보다 36조4천억원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이 32조5천억원이나 급증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통 소비자들은 은행 예·적금의 명목금리 정도만 신경 쓰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주가나 주택 가격이 내리는 불안한 상황에서 은행 예·적금 명목금리가 매력적인 만큼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5%에 달하는 만큼 내년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 실질금리 역시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같은 금융시장 환경에서는 예·적금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 소비자물가 및 저축성수신금리, 실질금리 추이
(단위 : %)
┌────┬─────────┬────────┬───────┐
││소비자물가 상승률 │저축성 수신금리 │ 실질금리 │
├────┼─────────┼────────┼───────┤
│ 2012 │ 2.2│ 3.43 │ 1.23 │
├────┼─────────┼────────┼───────┤
│ 2013 │ 1.3│ 2.73 │ 1.43 │
├────┼─────────┼────────┼───────┤
│ 2014 │ 1.3│ 2.43 │ 1.13 │
├────┼─────────┼────────┼───────┤
│ 2015 │ 0.7│ 1.74 │ 1.04 │
├────┼─────────┼────────┼───────┤
│ 2016 │ 1.0│ 1.48 │ 0.48 │
├────┼─────────┼────────┼───────┤
│ 2017 │ 1.9│ 1.56 │-0.34 │
├────┼─────────┼────────┼───────┤
│ 2018 │ 1.5│ 1.87 │ 0.37 │
├────┼─────────┼────────┼───────┤
│ 2019 │ 0.4│ 1.75 │ 1.35 │
├────┼─────────┼────────┼───────┤
│ 2020 │ 0.5│ 1.05 │ 0.55 │
├────┼─────────┼────────┼───────┤
│ 2021 │ 2.5│ 1.08 │-1.42 │
├────┼─────────┼────────┼───────┤
│2022.8* │ 4.4│ 2.98 │-1.42 │
└────┴─────────┴────────┴───────┘
*2022년 8월 물가 상승률은 작년 말 대비 증감률. 수신금리는 8월 신규취급액 기준
※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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