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전 침몰 나치 군함서 여전히 중금속 등 오염물 배출

입력 2022-10-19 15:29  

80년 전 침몰 나치 군함서 여전히 중금속 등 오염물 배출
욘 만 호 침몰해역 조사 결과…침몰선 해양오염 '빙산의 일각'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제2차 세계대전 때 북해에서 침몰한 나치 군함에서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폭약과 중금속 등의 오염 물질을 배출하며 주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벨기에 겐트대학 '미생물 생태계 및 기술 센터'(CMET) 연구원 조세피엔 반 란두이트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나치 군함 'V-1302 욘 만' 호의 침몰해역 주변를 조사하면서 밝혀낸 결과를 '해양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발표했다.
북해 바닥에는 폭약과 연료 등 위험물질을 실은 수천 척의 배와 비행기가 수장돼 있지만 정확한 침몰 위치를 몰라 주변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이 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북해 선박잔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벨기에 인접해역에 침몰한 V-1302 욘 만 호 주변의 지구화학적 특성과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욘 만 호는 원래 트롤 어선이었지만 전쟁이 발발하면서 나치에 징발돼 순찰선으로 활용되다 1942년 벨기에 연안에서 영국 공군기의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연구팀은 침몰선의 선체와 주변의 퇴적물 시료를 채취해 생물학적, 지구화학적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선체에서 가까울수록 유독성 물질의 농도가 높았는데 니켈, 구리 등과 같은 중금속과 석탄과 원유, 가솔린 등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인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가 검출됐다.
욘 만 호의 석탄저장고 인근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중금속 농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침몰 뒤 새로 쌓인 퇴적물에서도 중금속이 많이 나왔다.
주변의 PAH는 선체에 가까울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옛 침몰선을 본 적도 없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지만, 해양생태계에 계속 오염물질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선체가 부식돼 밀폐됐던 공간이 열리면서 새로운 오염물질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도 했다.
반 란두이트는 "침몰선은 역사적 가치 때문에 대중이 많은 관심을 두지만 침몰선으로 야기되는 환경적 피해는 경시되곤 한다"면서 "침몰선이 인공 환초로 기능하고 이야깃거리로서 큰 가치를 갖지만 의도치 않게 자연환경에 투입된 위험한 인공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침몰선이 생길 때마다 바다에서 인양하는 것도 바로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는 기억조차 못하는 침몰선에서 화학물질과 화석연료, 중금속이 침출되면서 수면 아래에서 사는 동식물과 미생물에게 이미 상당한 충격을 주고 지금도 계속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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