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일본 디지털 후진국 탈피 위해 신분증 통합…'내 개인정보 혹시'

입력 2022-10-22 07:07  

[특파원시선] 일본 디지털 후진국 탈피 위해 신분증 통합…'내 개인정보 혹시'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한국 3위 vs 일본 14위.
2022년 유엔 전자정부 발전지수 평가에서 193개 회원국 가운데 한일 양국이 받은 성적표다.
일본이 뒤처진 전자정부 실현을 위해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가장 힘을 쏟는 부분이 한국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마이넘버카드' 보급이다.
마이넘버카드는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공인인증서 기능을 합친 형태의 신분증으로 개인에게 고유의 번호가 부여된다.
발급 대상은 일본인뿐 아니라 관광 등 단기 체재 목적의 외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등 일본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디지털상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증을 2024년 가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마이넘버카드를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원하는 시민만 신청해서 발급받는 마이넘버카드를 건강보험증과 통합해서 사실상 의무적으로 발급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이넘버카드 보급률이 기대에 못 미치자 건강보험증과 통합이라는 강수를 빼든 것이다.
일본 정부는 행정업무를 디지털화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인에게 고유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2016년부터 발급을 시작했지만, 보급률은 2021년 1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24.2%에 그쳤다.
코로나19라는 큰 위기를 겪으면서 일본은 디지털에 앞선 한국과 달리 재난지원금 지급과 확진자 집계, 백신 접종 및 접종 증명서 발급 등이 완전 디지털화되지 않아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인 고유 번호를 이용한 디지털 행정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마이넘버카드를 새로 발급받는 사람에게 최대 2만엔(약 19만원)어치 포인트를 부여하는 '당근'을 내걸고 보급 확대에 나섰다.
포인트 지급은 일정한 효과를 내 총무성에 따르면 이달 18일 현재 6천306만장이 발급돼 발급률은 50.1%로 올라갔다.
하지만 정부는 더욱 빠른 속도로 보급률을 올리기 위해 이달 마이넘버카드와 건강보험증 통합이라는 의무화 '채찍'까지 꺼냈다.
건강보험증은 병원이나 약국을 이용할 때 꼭 필요하기 때문에 마이넘버카드로 대체하면 거의 모든 국민이 마이넘버카드 발급에 나설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벌써 시민들이 이런 의무화 방침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디지털청 조사 결과 마이넘버카드를 발급받지 않는 이유 1위는 '정보 유출이 우려돼서'(35.2%)였다.
마이넘버카드 용도가 확대되는 추세라 건강이나 금융자산 등 중요한 개인정보가 어떻게 사용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큰 것이다.
또 일본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29.1%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라는 점도 디지털 행정 전환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인들이 특히 마이넘버카드의 발급과 이용을 어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정부가 2024년 가을에 건강보험증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지만, 고령자나 취약계층에 대한 대응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본의사회는 지난 19일 "보험료를 내고 있으면서도 의료기관에서 적절히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국민이 곤란하고 의료현장에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한국인이 당연하다고 보는 마이넘버카드를 새롭게 도입하는 일본에서 사회적 진통을 겪는 것을 보면서 한국은 어떠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무런 의문 없이 당시 동사무소에 가서 지문을 찍고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의 주민등록 제도는 주민등록번호 유출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디지털 행정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정부가 모든 신생아에게 고유 번호를 부여하고 성인이 되는 시기에는 지문까지 찍어 관리하는 것은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일본의 논란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일본 정부와 국민이 미래사회 필수 불가결한 디지털 행정과 개인 정보 보호의 균형을 어느 지점에서 찾을지 주목된다.
sungjin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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