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돌아갈래" 中티베트서 농민공 코로나 봉쇄 항의 시위(종합)

입력 2022-10-28 14:45  

"고향으로 돌아갈래" 中티베트서 농민공 코로나 봉쇄 항의 시위(종합)
"한족 아닌 티베트인들이 시위 벌였다면 유혈 진압했을 것" 주장도
정저우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 소셜미디어에 방역 불만 쏟아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拉薩)에서 26일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농민공들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홍콩 명보가 28일 보도했다.
일상을 파괴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엄격한 통제 사회인 중국에서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심심치 않게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티베트는 중국에서도 당국의 감시가 삼엄한 지역으로, 이번 시위는 해당 지역에서 10여년 만에 처음 일어난 최대 규모 시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명보는 전날 중국 소셜미디어에 해당 시위와 관련한 짧은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복수의 소식통이 해당 시위가 실제 일어났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명보는 "약 100명의 농민공이 26일 라싸의 거리로 몰려나와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제복 경찰, 방호복을 입은 요원들과 대치했다"고 전했다.
티베트는 920일간의 무감염자 기록을 깨고 지난 8월 8일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22명 보고되자 이후 두 달 넘게 봉쇄 등 엄격한 방역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촌 출신 도시 이주 노동자인 농민공들은 일자리도 잃고 봉쇄로 발이 묶이면서 고향으로도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라싸의 한 주민은 명보에 "시위에 나선 대다수는 다른 성이나 도시에서 일하러 온 한족 농민공들"이라며 "이들은 수입이 끊겨 곤궁한 상황을 호소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외쳤다"고 말했다.
명보는 "한 현지 주민은 시위 발생 사실을 확인해주면서도 안전상의 이유로 자세한 내용을 밝히길 꺼렸다"며 "그 주민은 기자에게 자신이 시위에 대해 말을 해도 보도할 수 없을 것이라며 보도가 나가면 경찰에 체포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확인을 위해 라싸 공안과 경찰에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농민공은 명보에 "방에 갇힌 채 매일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고 있는데 언제 이런 상황이 풀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국 BBC도 "라싸에서 수백명이 시위하며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 여러 개가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며 "시위는 26일 오후부터 밤까지 이어졌고 수백 명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영상 속에서 현지 관리는 사람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며 "우리는 영상 일부가 실제 현지에서 최근 촬영된 것임을 확인했다. 이들 영상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삭제됐지만 트위터에 다시 게재됐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 한모씨는 BBC에 "나는 집에 거의 80일째 갇혀 있다"며 주거지가 봉쇄돼 해당 시위를 목격하지는 못했으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러 시위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실제 코로나19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 누가 알겠나? 정부는 자신들이 원하는 숫자를 발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티베트 당국은 27일 라싸의 신규 감염자가 8명이라고 밝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27일 라싸 내 최소 4개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고 영상 속 사람들은 점점 더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며 "일단의 사람들은 거대한 철문을 밀어젖히려고 했다"고 전했다.
벨기에에 거주하는 티베트 관측통 사카 타시는 RFA에 "만약 이번 시위를 한족이 아닌 티베트인들이 벌였다면 당국이 이렇게 평화롭게 대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티베트인들이 벌였다면 이미 유혈 진압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대만 폭스콘의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공장 노동자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장의 엄격한 방역 통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SCMP는 웨이보, 더우인 등 여러 중국 소셜미디어에 정저우 폭스콘 공장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를 담은 글, 사진,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공장의 감염자 수가 축소 보고되고 있고 노동자들이 높은 전염 위험 상황에 노출돼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터넷에는 제공되는 도시락의 낮은 품질에 대한 불만, 격리된 감염자를 의료 서비스 없이 방치하는 것 등에 대한 불만이 올라오고 있으며 그런 사실을 현장 직원들에 직접 확인도 했다고 밝혔다.
앞서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공장 단지 내 적은 수의 직원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며 "폭스콘은 현지 방역 정책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장 단지 내 전염병 상황이 통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직원이 약 30만 명인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는 매년 세계 아이폰 출하량의 절반을 생산한다. 이 공장은 지난 19일부터 관내 식당을 폐쇄하고 직원들에게 기숙사에서만 식사를 허용하며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SCMP는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27일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추가로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했다"며 "그러나 '생산 버블' 안에서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봉쇄된 현지에서 얼마나 많은 감염자가 나왔고 얼마나 많은 이가 격리돼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한 직원은 SCMP에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사흘간 기숙사에서 격리된 후 27일 일터로 복귀해보니 우리 팀의 약 6분의 1이 격리에 들어가고 없었다"며 "회사는 비감염자를 밀접 접촉자와 한 셔틀버스와 기숙사에 밀어 넣고 있는데 노동자들은 불이익이 두려워 양 떼처럼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저우 공장으로부터 감염자가 외부로 퍼져나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SCMP는 "정저우시와 이웃한 자오쭤시의 한 마을은 주민들에게 '폭스콘 공장을 도망친 노동자'를 신고하라고 당부했다고 현지 한 주민이 전화로 알려줬다"고 전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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