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에 보험업계 자금조달도 '불똥'

입력 2022-11-02 17:24   수정 2022-11-02 18:07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에 보험업계 자금조달도 '불똥'
한화생명 10억달러·KDB생명 2억달러 내년 콜옵션 도래
발행여건 악화 불가피…한화 "콜옵션 행사예정" 불안 불식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임수정 기자 =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해외채 시장을 통해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려던 일부 보험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일 보험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2017∼2018년 중 해외채 시장에 총 22억 달러(약 3조1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내년 이후 조기상환 콜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12억 달러(약 1조7천억원) 수준이다.
교보생명이 올해 7월 조기상환 시기 도래에 앞서 6월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발행하고 조기 상환을 이미 완료한 바 있다.
한화생명[088350]은 2018년 4월 외화 신종자본증권 10억 달러를 발행, 내년 4월 조기상환 시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한화생명은 앞서 지난 2월 7억5천만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이미 발행했고, 추가로 7억5천만달러 발행을 예고했다. 다만, 최근 시장 상화 악화로 나머지 7억5천만달러 발행을 연기한 상태다.
KDB생명은 2018년 5월 2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 내년 5월 조기상환 시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보험사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물론 외화채 한국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저하가 불가피하게 됐다.
실제로 우리은행이 2009년 외화 후순위채에 대한 조기상환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표시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 심리가 저하된 바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흥국생명의 이번 콜옵션 미행사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낮아질 경우 추가 자본성증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금리 부담이 과중해지는 등 자본관리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흥국생명은 이달 9일 조기상환 도래를 앞두고 3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발행해 조기상환 자금을 마련하려 했지만, 시장 여건 악화로 거래가 위축돼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자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음에 따라 발행 조건상 금리는 상향 조정된다. 기존 4.475% 수준인 금리는 6.75%(미국채 5년물 금리+2.472%) 수준으로 오를 예정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가진 하이브리드 증권으로,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명목상으로는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조기상환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지만, 투자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최초 조기상환 도래 시점을 해당 증권의 실질적인 만기로 인식하고 있다.
조기상환권 미행사가 채무불이행과는 다르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채권시장은 이를 큰 악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유승우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경제적 이유로 신종자본증권 콜 행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 편이고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조기상환 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최근에는 크게 이슈화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 은행과 보험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첫 콜옵션 일자를 예상만기로 간주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그동안 발행사들도 투자자와 신뢰를 지키기 위해 이자비용 손해를 보더라도 조기 행사를 하는 게 시장 관행이었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조기상환 미행사로 인해 국내외 자금시장 내 불확실성이 일부 확대됨에 따라 차환 목적으로 신규 외부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 회사들의 경우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다만, 채권시장 안정화 정책이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회사별 보유 재원, 추가적인 보완자본 발행 여력 등이 상이한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기상환 도래를 앞둔 보험사들은 시장 우려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18년 4월에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 10억 달러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 내년 4월 계획대로 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조기상환권 행사 계획에 대해 "내년 5월까지 아직 시간이 있는 관계로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구체적인 시기나 방식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따라서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 되지는 않는 상황이며 기관투자자들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발행 조건상 스텝 업(이자율 재설정) 조항이 있고 그에 따라 콜옵션 행사 가능 시기를 6개월 연장한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콜옵션을 행사하면 되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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