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정신과 상담 '우정의 벤치' 월드컵 현장 배치

입력 2022-11-10 20:02  

짐바브웨 정신과 상담 '우정의 벤치' 월드컵 현장 배치
무료 상담으로 우울증 등 치료 기대…미국도 진출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부 아프리카의 빈국 짐바브웨에서 활용되고 있는 정신과 상담용 '우정의 벤치'가 2022 카타르 축구 월드컵 대회장까지 진출했다고 AFP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월드컵 대회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을 대표하는 우정의 벤치 32개가 대회장 곳곳에 마련돼 글로벌 정신건강 문제를 부각할 예정이다.
이번 월드컵 프로젝트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제휴해 진행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정신건강을 증진할 단순하면서 강력한 이니셔티브"라면서 "단순히 앉아서 얘기만 해도 정신 건강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벤치는 짐바브웨 정신과 의사 딕슨 치반다가 정신과 치료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가난한 동포를 위해 고안한 것이다. 나무로 된 공원용 벤치 하나만 갖다 놓고도 '할머니'로 불리는 일반 보건직 종사자를 활용해 일반 정신과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와서 무료 상담을 할 수 있게 했다.
치반다 교수의 우정의 벤치는 매우 필요하면서도 접근 가능한 치료를 제공했다.
짐바브웨는 수십 년간 이어진 경제난과 심화한 빈곤 때문에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하나 정신과 보건 서비스는 예산도 직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짐바브웨 인구의 70% 정도가 빈곤선 아래서 생활한다.
이런 가운데 우정의 벤치는 짐바브웨 전문 보건직 부족 사태를 메꾸는 역할을 해줬다. 짐바브웨는 인구가 1천600만명이지만 정신과 의사는 고작 14명에 임상 심리상담가는 150명이고 정신과 간호사도 500명이 채 안 된다.
치반다 교수는 "우리는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런 대안적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내 아이디어는 할머니들이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벤치는 얘기를 나누는 공간으로서 우리가 모두 치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한 공원용 벤치에 우울증 환자가 앉자 70세 셔리 지와카이가 다정히 말하면서 악수를 건넸다.
지와카이는 기초 상담 기술, 정신 건강 지식, 문제 해결 요법 등 훈련을 받았다. 이 같은 할머니는 서비스에 대해 소정의 수당을 받고 치반다 박사의 비정부기구(NGO) '우정 벤치'가 지원을 한다.

나이가 많고 적고 상관없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스트레스와 마약 중독 문제로 상담하러 벤치로 오기도 한다. 일부는 실직이나 금전적 문제로, 다른 사람은 성폭력 희생자로 찾아온다.
짐바브웨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난한 밀집지구인 음바레에서 지난 2006년 우정의 벤치 프로젝트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이런 할머니는 단지 14명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곳에서 거의 1천개의 벤치에 1천500명 이상의 할머니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년 동안만 해도 16만명을 상담으로 도왔다.
초이스 지야(43)는 2005년 쌍둥이를 출산한 직후 남편이 실직해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하다가 우정의 벤치 상담을 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 향수와 비누를 만들어 파는 작은 사업을 하고 있다.
짐바브웨뿐 아니라 요르단, 케냐, 말라위, 잔지바르,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우정의 벤치 모델을 채택했다. 미국의 경우 브롱크스와 할렘에서 6만명이 이 치료법에 접근했다.
치반다 교수의 우정의 벤치 아이디어는 우울증 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로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환자는 병원에 올 버스비 15달러가 없었다"면서 "지역사회 현장으로 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 사건"이라고 회고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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