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긴축적 통화기조 유지가 여전히 한은 우선과제"

입력 2022-11-11 09:30   수정 2022-11-11 10:33

이창용 "긴축적 통화기조 유지가 여전히 한은 우선과제"
"미 연준 금리인상 속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
"비은행부문 금융안정 확보는 또 하나의 정책적 이슈"
"미중 긴장심화·우크라 전쟁 추가 악화는 구조적 역풍될 것"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은과 한국경제학회(KEA)가 공동으로 연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속도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압박의 강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은행 예금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비은행부문에서 은행부문으로 자금이동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고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긴축 하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러한 자금흐름을 비은행부문으로 어떻게 환류시킬 것인가는 한은이 당면한 또 하나의 정책적 이슈"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여러 주요 중앙은행들과 마찬가지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한은 전망이 체계적인 오차를 나타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에너지 가격이 예상치 못하게 상승한 점,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된 점 등 두 가지를 오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하반기 에너지 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했지만 에너지 수입가격 책정이 주로 미달러화로 이뤄지므로 원화가치 절하가 에너지 가격을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도록 해 인플레이션 지속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원유 및 가스 가격은 정치적 사건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또 사전에 미국의 통화긴축과 달러강세를 예상했지만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시된 연준 정책금리의 점도표상 경로는 기존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주요 중앙은행 중 일본과 중국이 예외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원화의 달러화 대비 평가절하폭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경제적·지질학적 분절화(fragmentation) 위험이 한국 경제가 직면한 단기적인 도전과제이자 장기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라고 지목했다.
그는 "미·중 간 긴장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의 추가적 악화는 국제금융 및 무역의 분절화를 초래하고 글로벌 경제성장과 무역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경제의 장기 성장을 억제하는 구조적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제·정치적 차원에서의 글로벌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지난 20년간 중국과의 무역 확대로 인한 혜택으로 한국경제는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의 그런 여유는 없다"면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일부 산업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균형있고 공정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에 이어 환영사에 나선 이종화 한국경제학회장은 "세계 경제가 침체해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부동산 경기 하락, 내수 침체가 겹치면서 한국경제는 불경기를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정책 대응이 미흡하다면 보다 심각한 위기를 겪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생산성 향상은 정체돼 성장 잠재력이 하락하는 등 중장기 경제전망 역시 그리 밝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학회장은 "위험관리에 보다 힘쓰고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높여야 하며,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이후 한국경제의 도전과제: 성장과 안정'(The Challenges of Korean Economy After COVID-19: Growth and Stability)을 주제로 열린 이날 국제콘퍼런스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동학(Dynamics), 자본이동, 잠재성장 등 3개 세션에 걸쳐 국내외 석학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첫 번째 인플레이션 동학 세션에서는 참석자들이 한국 인플레이션의 주요 동력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국가 간 차이가 존재하는지 살피면서 정책적 시사점을 모색했다.
두 번째 자본이동 세션에서는 국제 금융 여건 변화가 한국을 포함한 소규모 개방경제로 파급되는 경로를 실증적으로 추적했다.
마지막 잠재성장 세션의 경우 국제유가 급등, 미국·중국 무역 분쟁 등 대외 환경 변화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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