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즐겨입는 30살 코인 갑부라더니…FTX CEO의 비호감 민낯

입력 2022-11-12 11:02  

반바지 즐겨입는 30살 코인 갑부라더니…FTX CEO의 비호감 민낯
티셔츠 차림 '쿨한 트레이더' 이미지로 주목…"실제론 독선적" 뒷말
정계 로비하며 가상화폐 규제론 동조…업계선 미운털 박혀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최대 500억달러(약 66조2천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남기고 회사를 파산시키며 가상화폐 시장에 '폭탄'을 던진 장본인 샘 뱅크먼-프리드(30) FTX 창업자의 실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FTX를 설립한지 불과 2년여만에 수십조원의 투자금을 조달해낸 뱅크먼-프리드는 '코인계의 JP 모건' 또는 '코인계의 워런 버핏'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젊고 유능한 사업가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정계 로비 과정에서 코인 규제를 옹호하는 행보에 비호감 언행까지 더해지면서 업계 내부의 반감을 자초, 결국 최초 투자자이자 라이벌인 바이낸스로부터 치명타를 맞아 유동성 위기에 빠져드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인계의 골든보이 뱅크먼-프리드가 어떻게 '빌런'(악당)이 되었나"라며 이면에 숨겨져 있던 그의 이력과 인격, 경영 스타일을 집중 분석했다.


◇ 대외 이미지·외연 확장에 치중…"너무 먼 곳까지 왔다"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뱅크먼-프리드는 유년기를 명문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보냈다. 부모가 모두 이 학교 로스쿨 교수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후 2013년부터 4년간 월가의 자기자본 투자사 '제인 스트리트'에서 트레이더로 일했는데, 당시 직장 동료는 그가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다고 회상했다.
뱅크먼-프리드는 비트코인 급등 시기인 2017년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한 임대주택에서 암호화폐 투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를 창업했고, 여기에서 벌어들인 자금으로 2019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를 세워 자체 코인 FTT 발행에 나섰다.
탄탄한 기술과 뛰어난 사용자환경(UI)을 갖춘 FTX는 경쟁업체들을 제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는데, 올해 초까지 끌어모은 자금이 약 320억 달러(약 42조2천억 원)에 달할 정도였다.
FTX가 업계 1위 바이낸스를 추격하기 시작하면서 뱅크먼-프리드의 공격적인 전략이 본색을 드러냈다.
먼저 그는 자신의 '쿨한 트레이더' 이미지를 십분 활용했다.
FTX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헐렁한 반바지 차림을 브랜드화해 각종 행사장에 등장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이를 통해 아시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싱가포르 테마섹 등 큰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홍보 부문에 상당한 돈을 쏟아붓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 홈구장에 대한 19년간의 명명권을 1억3천500만달러(약 1천780억원)에 사들여 구장 이름을 'FTX 아레나'로 바꾸는가 하면, 올 2월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를 사들였다. 슈퍼볼 중계시 나가는 30초짜리 광고 단가는 700만 달러(약 92억원)에 이른다.
정작 라이벌 바이낸스는 이같은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FTX의 초기 투자자 중 하나인 바이낸스는 보유 지분 약 20%를 매각했고, 올 6월 바이낸스 자오창펑(45)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몇달 전 슈퍼볼 광고나 경기장 명명권, 대형 스폰서 계약 등을 어렵게 거절했다"며 뱅크먼-프리드의 행보를 비꼬았다.
실제로 회사의 외연은 급성장했지만, 내실은 다지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FTX 직원들은 회사가 너무 빨리 커지면서 핵심 사업영역과 너무 먼 곳까지 확장되는 것에 대한 우려감이 팽배했고, 뱅크먼-프리드가 중요한 거래를 할 때 외부 조언을 참조하지 않은 채 소수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였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 독선적 태도에 수시 욕설도…동종업계 등진 정계 로비가 '부메랑'
외부에 비친 화려한 모습과 달리 뱅크먼-프리드가 실제로는 무뚝뚝한 성격에, 종종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기도 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 출생이라는 배경 덕에 현지 가상화폐 업계의 '간판'으로 떠오른 그가 자오창펑이 중국 출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내뱉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미국 규제당국이 점차 가상화폐 시장을 조여오자 뱅크먼-프리드는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으려는 듯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시작했다.
작년 12월 미 하원 청문회에 멀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 주변을 놀라게 했던 그는 의회 문턱을 수시로 넘나들기 시작했고,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치권의 최대 후원자 순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바이낸스는 사실상 중국 기업 아니냐는 의심 속에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집중 조사대상이 됐는데, 그런 자오창펑을 향해 지난달 뱅크먼-프리드가 "그 사람도 워싱턴에 갈 수 있지?"라는 조롱조의 트윗을 올린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터 글은 삭제됐지만, 자오창펑은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를 피해 FTX 본사를 바하마로 옮겼던 그는 현지 당국자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회사의 역량을 과시하면서 'F'로 시작하는 비속어를 수시로 사용해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업계에도 뱅크먼-프리드의 예상치 못한 언행에 대한 경험담이 많다.
특히 그는 가상화폐 업계의 '백기사'를 자처하며 보이저 캐피털, 블록파이 등 앞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던 다른 회사들에 자금을 지원해왔는데, 정작 이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지원 요건을 제시하고서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등 완고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훨씬 친절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융통성 없는 자세를 보고 놀랐다"며 넌덜머리를 냈다.
게다가 가상화폐 거래의 핵심 특성 중 하나인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옹호하는 등 뱅크먼-프리드가 정치권의 규제 방침에 지속적으로 발을 맞춘 것이 업계에서 미운털이 박히는 요인이 됐다.
지난 7일 자오창펑은 FTX가 발행한 토큰 FTT를 처분한다고 공개 선언했는데, 이 발표는 FTX 유동성 위기에 기름을 부었고 가상화폐 폭락으로 이어졌다.
자오창펑은 그날 밤 늦게 트위터에서 "바이낸스는 다른 선수들 몰래 적대적 로비를 하는 이들을 도울 수 없다"며 로비에 매달렸던 뱅크먼-프리드를 직격했다.
파산 위기에 내몰린 FTX는 자존심을 굽히고 바이낸스에 SOS를 보냈고, 바이낸스는 8일 투자의향서(LOI)에 합의하며 인수 의지를 밝혔다가 하루 만인 지난 9일 이를 번복하며 FTX에 마지막 '확인사살'을 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이는 나 혼자의 책임"이라고 밝히고 CEO 자리에서 내려왔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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