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 비상 베이징…'아파트 단지 봉쇄식' 방역 유턴

입력 2022-11-23 15:11   수정 2022-11-23 15:14

[르포] 코로나 비상 베이징…'아파트 단지 봉쇄식' 방역 유턴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나갈 수는 있지만,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습니다"
23일 오전 중국 수도 베이징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모인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자 한 경비원이 그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경비원은 방역복에 마스크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투명 아크릴로 만든 보호구까지 착용한 모습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는 주민들을 향해 경비원은 출입문에 붙어 있는 공고문을 가리켰다.
'임시 통제 통지서'라고 쓰인 공고문에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이날부터 사흘 동안 단지 전체를 봉쇄한다는 내용이었다.
주민들은 단지 전체를 봉쇄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지만, 자신은 지시받은 대로 할 뿐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일부 중국인이 갑자기 통제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하자 마스크 속 경비원의 표정이 굳게 변하는 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항의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허탈한 표정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이날 아침 연합뉴스 베이징 특파원으로 활동하는 기자가 사는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3개 동에 약 800여 세대가 입주한 이 아파트는 최근 확진자가 나온 한 동이 봉쇄된 상황이었다.
과거 같았으면 확진자가 한 명만 나와도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했겠지만, 지난 11일 국무원 코로나19 대응 합동 방역 통제기구가 과학·정밀방역을 하겠다며 방역 완화를 발표한 뒤 정책이 바뀌면서 다른 동은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모습은 과학·정밀 방역과는 거리가 먼 중국이 자랑하는 '제로 코로나'로 유턴한 모습이었다.
감염자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이유로 모든 주민을 잠재적 감염자로 취급해 확산을 막는 방식이다.
오전 9시가 되자 창밖으로 흰색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단지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지 내 놀이터에 임시 유전자증폭(PCR) 검사소를 설치하는가 하면 밖으로 나온 주민들을 향해 빨리 집으로 들어가라고 윽박질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단체 대화방을 통해 택배와 음식 배달은 가능하다고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슈퍼는 물론 식당이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여서 업체를 찾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리사무소 측은 앞으로 3일 동안 매일 PCR 검사를 하고 감염자가 나오지 않으면 봉쇄가 해제된다고 설명했지만,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상황은 알 수 없다고 했다.

베이징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의 신규 감염자는 1천476명이다.
두 자릿수를 유지하던 베이징 신규 감염자는 지난 10일 세 자릿수로 올라섰고, 18일에는 500명을 넘더니 21일에는 1천 명을 넘어서며 급증하고 있다.
이런 확산세에 베이징 방역당국은 24일부터 공공기관과 국유기업, 일반 회사, 마트, 상점, 식당 등에 들어가려면 48시간 이내에 발급된 PCR 검사 음성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전날 밝혔다.
또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사람도 48시간 내 발급된 PCR 검사 증명서가 필요하다.
현재의 방역 기준은 72시간 내 PCR 검사 음성 증명서 지참이다.
사흘에 한 번씩 하던 PCR 검사를 이틀에 한 번으로 단축하며 숨어있는 감염자를 찾아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방역당국은 또 회의·워크숍·전시·포럼 등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엄격히 통제하고, 베이징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48시간 내 발급된 PCR 검사 음성 증명서를 지참하라고 했다.
베이징시는 최근 직장인 출근 인원 제한·초·중·고교 수업 온라인 전환·주요 공원 폐쇄 등 방역 정책을 조금씩 강화하더니 지난 19일부터는 식당 내 식사도 금지했다.
한 교민은 온라인 한인 커뮤니티에 "곳곳에서 봉쇄됐다는 소식을 듣고 있노라면 베이징의 모습이 전시상황 같다"며 "봉쇄 속에서도 건강하게 지내다가 다시 만나자"고 적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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