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안보 대전환] 평화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군비 확충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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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11-27 07:00   수정 2022-11-27 07:16

[日안보 대전환] 평화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군비 확충의 딜레마

[日안보 대전환] 평화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군비 확충의 딜레마

'최소한의 수동적 방위' 추구하는 '전수방위'와 충돌 지적

아베 재집권 이후 논란·우려 지속…'반격능력' 개념·수단이 관건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방위력 증강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수행하면서 수십 년간 고수한 방위 정책의 핵심인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전수방위는 일본 정부가 방위력 강화를 추진할 때면 비판 세력이 으레 언급하는 용어다. 오직 방어를 위해서만 무력을 행사하겠다는 전수방위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제정한 이른바 '평화헌법'에서 비롯됐다.

일본 정부는 3대 안보문서 개정을 통해 전수방위 원칙 안에서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확보할 방침이지만, 전수방위의 틀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점차 확대된 자위권…최소한의 수동적 방위 가능할까

일본 헌법 제9조는 '전쟁의 포기'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일본 국민은 국제평화를 성실히 바라고 추구하며,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무력에 의한 위협 혹은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한다.

또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군·해군·공군과 이외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전수방위 원칙은 헌법 제9조를 지키면서도 자위권을 확보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다.

일본 방위성이 7월 출간한 '방위백서'는 전수방위를 "상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하며, 그 양태는 최소한으로 한다. 보유한 방위력도 자위를 위해 최소한으로 한정하는 등 헌법 정신에 따른 수동적 방위전략의 자세를 말한다"고 정의한다.

즉 전수방위는 오로지 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를 목적으로 하며, 방어 수단도 최소한으로 보유한다는 것이 골자다.

방위백서는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도 최소한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이 '군사 대국'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전수방위 원칙이 정한 '최소한'과 '수동적'의 의미는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점점 확대됐다.

일본은 1981년 스즈키 젠코 내각이 채택한 '일본도 주권국으로서 집단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했다.

그러나 '전후체제 탈피'를 염원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이고 중국이 해양 진출을 가속한다는 이유로 집단 자위권 행사 확보를 밀어붙였다.

당시에도 일본에서는 집단 자위권 용인이 전수방위 원칙에 어긋난다는 거센 비판이 제기됐으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은 아베 전 총리는 2014년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이를 이뤄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일본 혹은 일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했을 때나 국민의 생명, 자유, 행복 추구권이 근저부터 뒤집힐 위험이 있을 때 등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 적의 공격 시점·반격 대상과 수단 등 해석 문제 여전

일본 정부는 현재 국제정세가 집단 자위권에 기초한 무력 사용을 인정한 8년 전보다 더 긴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2017년 이후 5년 만에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중국은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해양경찰 선박을 꾸준히 보내고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안보문서 개정 논의에서 일본 정부가 요청한 반격 능력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이견을 좁혀감에 따라 일본은 '방패'뿐만 아니라 '창'도 구비할 명분을 얻게 됐다.

문제는 반격 능력을 행사할 시점에 대한 해석이다.

자민당은 '상대가 공격에 착수했을 때'에 반격 능력을 개시할 수 있다고 보지만, 공명당은 전수방위 원칙을 고려해 선제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군사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법 연구자인 마쓰이 요시로 나고야대 명예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자위권을 발동하는 나라는 (적의) 무력 공격이 발생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며 "무력 공격의 우려가 있는 단계에서의 선제적 자위는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격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공격) '착수'를 정의하기 매우 어렵다"며 "(착수를 인정한 일본의 판단이) 국제사회를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초점"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반격 능력의 대상과 수단도 논쟁의 소지가 있다.

일본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적은 사실상 북한과 중국이다. 하지만 아베 정권 시절에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가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도 무력 행사를 할 수 있다고 정했기 때문에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지 공영방송 NHK는 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을 받아 일본이 '존립 위기 사태'에 빠졌을 때 반격 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가 향후 논의의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격 수단과 관련해 방위백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거리 전략 폭격기, 공격형 항공모함 보유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배치하려는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등이 과연 '최소한의 방위'라는 전수방위 원칙과 상충하지 않는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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