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도살자"…'에너지 비효율' 獨미술관, 착공도 전에 뭇매

입력 2022-11-28 16:38   수정 2022-11-28 17:43

"기후 도살자"…'에너지 비효율' 獨미술관, 착공도 전에 뭇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이제 막 설계 단계에 있는 독일 베를린의 '20세기 미술관'이 환경 보전과 에너지 효율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난에 직면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스위스의 유명 건축사무소 '헤어조크 & 드 뫼론'이 설계한 이 박물관을 건립, 베를린을 MOMA(현대미술관)가 있는 미국 뉴욕이나 '테이트 모던'이 있는 영국 런던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관을 보유한 도시로 만들려 하고 있다.
지붕이 낮게 옆으로 퍼진 A자형 설계 덕분에 '창고'나 '맥주 천막'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는 이 미술관은 처음 설계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미래형 건물"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러나 2월 말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일반 가정이나 기업의 전기료 부담이 급증하면서 이 미술관의 에너지 효율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최근 몇 달 새 주재료가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물질의 하나인 콘크리트라는 사실과 확 트인 내부 공간의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복잡한 환기 시설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처음에는 1억 7천900만 유로(약 2천485억 원)로 추산됐던 예상 건축비가 4억 5천만 유로(약 6천247억 원)로 배가 되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환경보전학자이면서 '생태 미술관' 주창자인 스테판 시몬 씨는 이 미술관을 "기후 도살자", "최악의 구조물"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건물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드는 데다, 건축이 유럽연합(EU)의 기후 중립 목표와는 크게 어긋나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미술관이 1㎥당 450킬로와트아워의 전력을 소모하는 등 베를린에 있는 다른 미술관들과 비교해 에너지 효율이 몇 배나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독일 건축비평계를 이끌고 있는 니콜라우스 베르나우 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생태학적으로 말해 이 건물은 무엇보다 공기가 스며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완전한 재앙"이라고 혹평했다. 그렇게 되면 여름과 겨울에 엄청난 양의 공기를 식히고 덥히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냉방기와 난방기를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헤어조크 & 드 뫼론은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독일 연방예산국은 미술관 건설이 "너무 고비용인 데다 반생태적"이라며, 국민의 세금을 들여 짓는 만큼 더 모범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로스 독일 문화부 장관은 콘크리트 사용을 줄이고 빗물 저장소와 태양광 패널 등 환경 보전 시설을 보강해 설계를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독일 의회는 미술관 공사에 대한 비판에 따라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올해 1천만 유로(약 138억 원)의 별도 예산을 편성했다.
kj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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