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에도 시멘트 수송 여전히 중단…출하량 10분의 1

입력 2022-11-29 16:27   수정 2022-11-30 10:35

업무개시명령에도 시멘트 수송 여전히 중단…출하량 10분의 1
건설현장 508곳 레미콘 타설 중단…'품절' 주유소엔 군 탱크로리까지 투입
항만 컨테이너 처리량 평소 절반…광양항은 반출입량 '제로'
철강재도 출하길 막혀…보관 공간 없어지면 공장 가동 멈출 판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파업이 29일로 엿새째를 맞는 가운데 시멘트·레미콘업계 등을 중심으로 산업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전체 화물연대 조합원의 35%인 약 7천700명이 전국 18개 지역 175곳에서 집회를 열거나 대기할 예정이다. 전날보다 인원이 100명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전 10시 기준으로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8천145TEU로 전날(7천587TEU)보다는 눈에 띄게 늘었으나 여전히 평소(3만6천824TEU)의 49% 수준에 그쳐 수출입·환적 화물 처리에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뜻한다.
광양항은 이날 아예 반출입량이 없었으며, 평택·당진항은 평시(1천415TEU)에 한참 못 미치는 229TEU의 반출입량을 보이고 있다. 울산항도 이날 55TEU만 처리돼 평소 물량(660TEU)을 크게 밑돌았다.
항만의 컨테이너 보관 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의 비율을 뜻하는 장치율은 62.9%로 평시(64.5%) 수준을 크게 밑돌지는 않는 상태다.
운송 중단의 직격탄을 맞은 시멘트 업계에는 타격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이날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송기사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으나 시멘트 수송은 여전히 중단 상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경찰 지원하에 삼척과 영월·단양공장과 수색역 유통기지 등에서 출하된 시멘트 물량은 2만2천t으로, 성수기 일평균 출하량 20만t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었다.
시멘트 업계는 업무개시명령에 따라 이르면 2∼3일 후부터 운송 재개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실제 운행 여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레미콘 공장은 시멘트 공급 중단으로 28일부터 대부분 가동을 멈췄고 수도권 건설현장은 레미콘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집계로는 전국 912개 건설현장 가운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508개(56%)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상태다.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화물연대 파업이 '기름 대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도권 일부 주유소에는 이미 재고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휘발유 품절' 안내문까지 붙였다. 미리 물량을 채워놓지 않았거나 탱크 용량이 적은 주유소, 저가 경쟁 등으로 물량이 빨리 빠지는 주유소를 중심으로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다.
정유업체들은 일시적으로 재고가 부족한 주유소에 긴급 공급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군 탱크로리까지 유류 공급에 투입됐다. 다만 대부분 주유소는 파업에 대비해 지난주 미리 재고를 확보한 터라 아직은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재고 소진이 덜 된 상태여서 이번 주까지는 괜찮을 것 같지만, 주말을 넘어서도 지금 상태가 유지되면 많이 곤란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곳곳에서 출하에 차질을 빚는 가운데 긴급 물량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출하가 이뤄지고 있다.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경험을 토대로 업체들이 미리 제품 적재 공간을 확보하는 등 대비책을 시행해 현재로서는 대응 가능한 수준이나 향후 일주일이 고비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 야적장을 많이 확보해놓았지만 제품 부피가 워낙 커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나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출하 차질이 이어져 평일 출하량이 종전 일평균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포스코는 육송 출하 지연 물량이 하루 평균 포항제철소 1만t, 광양제철소 1만7천t에 달한다고 밝혔다.
다만 포스코가 화물연대에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를 위한 설비 자재의 입출고 운송이 가능하도록 협조를 요청했고, 이에 복구용 자재는 문제없이 반입되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당진·인천·포항·순천·울산공장 등 전국 5개 사업장에서 하루 평균 5만t의 철강재를 출하했으나 화물연대 파업으로 엿새째 출하 길이 막혔다.
철강재가 외부로 반출되지 못하고 공장에 쌓이면서 공장 내부에 제품을 보관할 공간이 없어 자칫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경우 야적 공간 부족의 어려움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포항공장에서는 하루 8천t가량이 출하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출하 차질로 적재 공간이 부족해지면 제품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도 완성차를 공장에서 각 지역 출고센터로 옮기는 탁송차량 '카 캐리어' 확보에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 각 공장에서는 각각의 완성차를 배송센터 직원이나 일당제 기사들이 직접 몰아 운송하는 '로드 탁송'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타이어업계도 여전히 제품 운송에 차질을 겪는 중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이날 입출고율을 평소의 40~50% 수준으로 추산했다. 금호타이어[073240]는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신차용 긴급 출하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 출하가 여전히 막혀 물류창고에 미리 옮겨둔 재고에 의지하고 있다.
제조사에서 유통업계 물류센터로 운송되는 상품도 파업 영향으로 일부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센터에서 입고·배송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며 "가용 공간에 재고를 확대하거나 추가 차량을 확보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물류 차질을 빚었던 주류업계도 월드컵과 연말을 맞아 주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출고량이 평소의 80% 수준인 오비맥주는 대체차량을 투입해 출고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정확한 파업 범위와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
(서미숙 임기창 홍국기 김아람 신선미 오지은)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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