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반도체] ⑦ 전폭 지원 '정공법' 펴야 혹한기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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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12-05 05:01   수정 2022-12-05 07:29

[위기의 K반도체] ⑦ 전폭 지원 '정공법' 펴야 혹한기 넘는다

[위기의 K반도체] ⑦ 전폭 지원 '정공법' 펴야 혹한기 넘는다

메모리 편중 탓 시황에 심한 부침…체질개선 '빅 픽처' 그려야

'소부장' 자생력이 경쟁력…법제·재정지원·인재발굴 승부수 띄워야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메모리 반도체에 드리우면서 '반도체 혹한기'가 현실이 됐다.

이에 더해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불붙고 대만,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자국 반도체 산업 부흥에 생사를 건 총력전을 펼치면서 K-반도체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과거 반도체 산업의 출렁임이 일시적 대외환경 악화와 반도체 사이클에 기인했다면, 현재의 위기 상황은 강대국 간 공급망 경쟁과 중국의 기술추격 걱정까지 더해진 양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K-반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 "장비가 있어야 메모리든, 비메모리든 경쟁력 갖춘다"

전문가들은 우선 메모리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든든한 실적 버팀목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은 글로벌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데, 경기침체 우려 속에 스마트폰과 PC 등 IT 제품 수요가 위축되고 기업들의 서버 투자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메모리도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라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비메모리 분야도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삼성전자도 비메모리인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발표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고, 올해 6월엔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위인 대만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3나노(1㎚는 10억분의 1m) 공정 양산에 돌입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선두주자 TSMC 추격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창한 부회장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을 예로 들며 "결국 장비가 문제다. 장비가 있어야 메모리든 파운드리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로, EUV 노광 기술은 짧은 파장의 극자외선으로 세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어 초미세 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EUV 노광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반도체 소부장 강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서 교수는 "노광장비라든가 이온 주입기라든가 반도체 생산과 관련한 소부장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며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소부장을 개발해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최근 반도체 장비 교역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장비 자립화율은 20% 수준에 불과하고 수입의 70% 이상을 미국·일본·네덜란드에 의존하고 있다.





◇ "각국 반도체 내셔널리즘 심화…5~10년후 경쟁구도 변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도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둔데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이기도 하다.

또 한국 반도체 기업은 미국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아서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인 '칩4' 참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의 경제 보복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창한 부회장은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미국과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데, 중국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을 배척하는 식의 반도체 동맹은 안 된다. 우리가 처한 상황과 입장을 중국에 꾸준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며 "외교로 문제를 풀어야 하고 한국이 협상력을 갖는 게 최종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각국의 반도체 내셔널리즘이 심화해서 5∼10년 후에는 경쟁 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장기적 안목에서 반도체 산업의 빅 픽처,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재 발굴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인력난의 진짜 원인은 교수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교수가 충원되지 않는다면 대학에 계약학과를 만들어 학생 수만 늘려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정공법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전문지식인을 만든다는 게 1∼2년 노력으로 이뤄질 수 없다"며 "톱 레벨의 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에 연구개발(R&D)을 위한 충분한 재정을 투입하고, 반도체를 가르칠 교수들을 확보해야 한다"며 "긴 호흡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회에서 표류 중인 'K칩스법'을 서둘러 입안해 법제 지원의 틀을 갖추고 대규모 재정 지원과 인재 발굴의 삼박자를 갖춰야 글로벌 시장에서 K반도체의 대대적인 반격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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