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거국적 애도 분위기 만들며 방역완화…'백지시위' 내주 기로

입력 2022-12-02 16:22   수정 2022-12-02 16:29

中 거국적 애도 분위기 만들며 방역완화…'백지시위' 내주 기로
당국발 '제로코로나' 표현 사라져…국영TV 마스크 안쓴 관중 클로즈업
일각서 통제 덜했던 장쩌민 시절 향수…6일 추도대회가 중대 변수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오는 6일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국장(國葬) 격인 추도대회 이후 '백지 시위'가 진퇴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선 지난달 24일 신장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사망 10명) 때 방역을 위해 설치한 봉쇄용 장치들이 신속한 진화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같은 달 25∼27일 주요 도시에서 고강도 방역에 반발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특히 대학생을 중심으로 검열에 저항하는 상징으로 흰 종이를 드는 시위가 벌어졌고, 소셜미디어(SNS)로도 확산했다.
그러나 최근 시위는 소강상태를 이어갔고, 당·정이 주도한 장 전 주석에 대한 거국적 애도 분위기 조성과 방역 완화 조치가 나와 시위의 향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선 중국 지도부는 장 전 주석에 대해 최고의 예우로 거국적인 장례를 준비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임인 장례위원회는 6일 추도대회 개최를 결정하면서 전 국민 3분 묵념, 추도대회 집단 시청, 당일 반기(半旗) 게양 및 공공오락 금지 등을 결정했다.
2일 관영 중앙TV(CCTV)가 중계한 영상을 보면 전날 오후 고인의 관이 도착한 베이징 시자오비행장에는 시 주석 내외와 중국 지도부가 총출동하다시피 했으며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의 운구 과정도 상세히 보도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주요 애플리케이션은 2일까지도 흑백 화면을 유지하고 있고, OTT(동영상 스트리밍)의 버라이어티쇼와 연속극 등이 속속 방영 중단을 발표했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의 연례 희극 경연 프로그램은 2일로 예정됐던 방영을 미룬다고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해 1일 발표됐다. 다른 OTT의 드라마 임시 결방 발표도 잇따랐으며 이는 정부 방침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이은 중국 공산당 3세대 최고지도자라는 고인의 위상을 고려하더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거국적 애도 분위기가 중국 지도부 주도로 조성된 형국이다.
특히 시 주석이 자신의 시대를 '신시대'로 규정하며 고인의 재임 기간을 포함한 개혁개방 시기의 빈부차와 부패 등 부작용을 해결하는 것을 핵심 과업으로 삼고 있는 상황, 집권 내내 장 전 주석이 이끌던 '상하이방'을 강력하게 견제해온 사실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있다.

또 방역 정책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최근 변화는 '급선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방역 실무 총책인 쑨춘란 부총리가 지난달 30일과 1일 주재한 두 차례 방역 관련 좌담회 내용을 소개한 보도문에는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動態淸零)'라는 표현이 빠졌다. 대신 쑨 부총리는 최신 오미크론 변이의 독성 약화를 강조했다.
이제껏 방역 완화 관련 조치를 발표할 때조차도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의 전반적 방침을 유지'한다는 표현이 관용구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문구의 삭제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아울러 베이징, 광저우, 충칭 등 대표적 대도시에서 집에만 있는 사람들은 정기적 전수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이나, 임신부와 노인 등이 감염되면 자가격리를 허용하는 등의 방역 완화와 관련된 조치들이 최근 구(區)별로 속속 나왔다.
또 SNS에는 지난달 30일 열린 카타르 월드컵 프랑스와 튀니지의 조별리그 경기를 중계한 관영 중앙TV(CCTV)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만원 관중을 클로즈업해 보여줬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왔다.

대회 개막 이후 한동안 CCTV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국기를 흔드는 관중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화면을 선수나 코치, 경기장 화면으로 바꿔 내보내 논란을 부른 바 있었다.
거국적 장례 분위기와 방역 완화가 시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고강도 방역에 반대하는 시위의 흐름을 끊고 김을 빼는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적 애도 기간에 시위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정부발 방역 완화 움직임은 부족하나마 시위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지도부는 지난달 28일 중앙정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법에 따라 적대세력의 침투 및 파괴 활동과 사회질서를 교란하는 위법 및 범죄 행위를 결연히 단속"할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냈고, 대도시 중심으로 삼엄한 시위 원천봉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장 전 주석의 사망을 계기로 그가 집권한 시기(국가주석직 기준 1993∼2003년)가 더 자유롭고, 덜 권위적이었다는 인식이 SNS를 중심으로 확산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특히 중국 MZ세대에게도 취재진과 익살맞게 언쟁하는 장 전 주석의 모습을 담은 영상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상하이에서 장 전 주석 운구 차량이 지나간 길의 연도에 고인의 모교인 상하이교통대 학생들이 모여 장 전 주석을 '선배'로 칭한 플래카드를 든 채 애도의 뜻을 표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이런 상황에서 장 전 주석 추도대회가 젊은 세대들의 방역 및 사회통제 완화에 대한 열망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게 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시위가 당장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더라도 조직적으로 저항한 경험을 쌓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방역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도 저항할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 중국 전문가는 "톈안먼 유혈진압 이후 중국인들은 집단행동에 대해 보복이 있을 것을 두려워하고, 정부에서 '가만히 있으라' 하면 순응했는데 이번엔 '행동했더니 변화가 있더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불만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에서 중대한 변화"라고 진단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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