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피해자 절반이 전세보험 가입 안 돼…피해 더 커질 듯(종합)

입력 2022-12-22 17:27   수정 2022-12-22 18:36

'빌라왕' 피해자 절반이 전세보험 가입 안 돼…피해 더 커질 듯(종합)
국토부 "임차권등기 전엔 절대 이사하지 말라"…전세보험 있어도 발 묶여
빌라왕 피해자 설명회 100여명 모여 분통…정부, 보증금 반환 절차 앞당기기로



(서울·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김치연 기자 = 빌라 1천139채를 보유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이른바 '빌라왕' 피해자 중 절반에 가까운 46%(525명)가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경우 주택 경매를 거쳐 보증금 일부를 건지게 되더라도 절차가 끝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빌라왕 사건으로 인한 임차인 피해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세보험에 가입한 피해자들도 임차권등기 전까지는 이사를 하지 못해 발이 묶인다.
정부는 전세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는 보증금 반환 절차를 최대한 앞당기고, 미가입자에겐 연 1% 금리로 1억6천만원의 대출 지원을 하기로 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는 빌라왕 사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열렸다.
한파를 뚫고 피해자 100여 명이 모였다. 초조한 표정으로 국토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만든 피해 지원 안내문을 읽어내려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줌 회의 방식의 중계에도 270여명이 접속했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세 사기가 아예 발붙이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아직은 허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원 장관은 "전세 사기를 저지른 이들의 신상 공개까지 하고 싶은 상황"이라며 악성 임대인에 대한 정보 공개와 전세사기 단속 체계 개선을 약속했다.






국토부 집계 결과 김씨 보유 주택 세입자 중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614명(54%)이다.
전세보험 가입자 중 보증금이 1억원 이하인 피해자는 54명, 1억∼2억원인 피해자는 191명, 2억∼3억원 181명, 3억원 초과는 14명이다. 2억원 이상 피해자가 195명이나 된다.
전세보험은 전세 사기 '안전판'으로 통하지만, 김씨 사건 피해자들에게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통상 전세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HUG가 이를 근거로 대위변제(보증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회수하는 것) 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집주인 김씨가 사망하면서 임대 기간이 종료됐는데도 '계약해지 통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171명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 상속인이 정해져야 반환 절차를 진행하는데, 김씨 부모는 상속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 중 269명은 임대차 계약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김씨 사망 전 대위변제를 통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은 사람은 139명, 대위변제 절차가 김씨 사망으로 중단된 사람은 35명이었다.



국토부는 전세보험에 가입한 이들을 대상으로는 보증금 반환 기간을 앞당기겠다고 약속했다.
보통 임차권 등기를 한 뒤 대위변제 심사에 들어가는데, 임차권 등기 전 심사부터 진행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두 달 이내로 임차권등기를 끝내는 게 목표다.
임차권 등기를 해야 세입자가 보증금을 못 받은 채 이사를 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유지된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상속인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며 "임차권등기가 되기 전에는 절대로 이사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임차권 등기에 필요한 상속대위등기 비용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공시가 2억원인 주택일 때 600만원가량(등록 면허세 2.96%)이 든다. 이 비용은 HUG가 우선 지급한 뒤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만기 연장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2개월+6개월'로 총 8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피해자들은 은행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더 큰 문제는 보증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525명이다.
국토부는 미가입자를 대상으로는 가구당 최대 1억6천만원을 연 1%의 저금리 대출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안에 1천660억원을 반영했다.
경매 진행으로 머물 곳이 없는 이들을 위해선 HUG 강제관리 주택과 LH의 매입임대주택 중 공실을 활용한 긴급 거처를 지원하기로 했다.
경매로 나온 집이 낙찰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해당 주택을 사들여 전세금을 건지는 방법을 택해야 할 수도 있다.



임차인들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설명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50분간 진행됐다. "질문 하나만 더 받아달라"는 외침이 곳곳에서 나왔다.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피해 임차인들은 한숨을 쉬거나 "나도 저런 상황인데"라며 동감을 표했다.
HUG의 책임을 따져 묻기도 했다. 김씨 사망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불과 며칠 전에야 이런 사태를 파악하게 됐다는 피해자도 있었다.
한 피해자는 전세 기간이 만료되면 이사하려고 아파트 분양권을 샀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출금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라고 호소했다.
국토부는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다음 달 전세사기 피해자가 많은 인천에도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지금은 서울 강서구에 센터 1곳이 있다.
피해지원센터에선 무료 법률상담과 금융, 주거지원 상담을 해준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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