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쓸만한 차량 많지 많아…구형 장비는 '부품 돌려막기'로 활용
서방 장비도 수리 난항…폴란드 NATO 시설로 보내야해 수주간 공백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군사 장비를 확보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이래 탱크와 병력수송용장갑차(APC), 보병전투장갑차(IFV) 등 러시아군 차량 수백대를 '전리품'으로 획득했다.
러시아군 장비를 워낙 유용하게 활용하다 보니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영국과 소련 등 동맹에 군사 장비를 공급한 '무기 대여' 프로그램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수 차량은 우크라이나군이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찾지 못해 창고에 방치해둔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9월 러시아군이 서둘러 철수한 하르키우주의 이지움에 처음 진격한 제25공수여단은 러시아군이 남기고 간 엄청난 양의 탱크와 장갑차를 확보했지만 바로 쓸만한 차량은 많지 않았다.
이 여단의 탱크병인 바딤 우스티멘코는 "탱크가 많긴 했지만 몇 대만 가동 가능했다"며 "어느 정도 수리하면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마 30% 정도였고 50%는 엄청난 작업이 필요한 고물이었다"고 WP에 전했다.
현재 최신 탱크 중 하나인 T-80을 모는 우스티멘코는 탱크가 워낙 자주 수리가 필요해 지난 7개월간 탱크를 6∼7번이나 교체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상태가 좋지 않은 러시아 탱크에서 쓸만한 부품을 골라내 다른 탱크에 사용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아직 수십 년이 더 된 구소련 탱크를 다수 사용하고 있어 최신 러시아 탱크에서 뺀 부품을 설치하면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러시아군의 구형 차량의 경우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한 비슷한 차량에서 부품을 구할 수 있지만, BMP-3 보병전투장갑차 같은 러시아군의 신형 장비는 이 같은 '돌려막기'조차 쉽지 않다.
필요한 부품이 우크라이나군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지만, 다른 부대가 어떤 부품을 가졌는지 확인할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이 없다.
미국 등 서방이 제공한 장비도 수리가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군의 구소련 장비나 노획한 러시아군 장비의 경우 어떻게든 전선에서 바로 수리할 수 있지만, 서방의 장비는 고장 나면 폴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시설로 보내야 해 수 주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크라이나 반부패행동센터의 다리아 칼레니우크 사무총장은 "미국이 보내는 무기는 대부분 새 장비가 아닌 비축 물량"이라며 부서진 장비를 폴란드까지 보내 수리해야 하는 상황이 우크라이나군을 매우 답답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각 여단에 러시아군이 버리고 간 탱크와 장비 등을 찾아 정비소까지 운송할 별도의 정찰부대를 두고 있다.
숲속에 버려진 무기를 가리던 나뭇잎이 떨어진 탓에 장비를 찾는 일은 쉬워졌지만, 강추위 때문에 장비가 더 쉽게 마모되고 부식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발전시설에 공격을 집중하면서 정비소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이 끊기는 것도 문제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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