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만세" "숨 못쉬어" 희화화…美학교 차별 신고 역대최다

입력 2023-01-02 09:52  

"히틀러만세" "숨 못쉬어" 희화화…美학교 차별 신고 역대최다
전년 곱절 넘어…"코로나 병폐 누적·트럼프 이후 불관용 만연 탓"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지난해 미국 정부에 신고된 학교 내 차별 사건이 사상 최다로 급증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회계연도인 2021년 10월 1일∼2022년 9월 30일 미 교육부 인권국(OCR)에 신고된 차별 사건은 1만9천건에 육박한다. 이는 직전 2021회계연도의 곱절이 넘는 것이며, 2016회계연도에 신고된 종전 최다 기록인 1만6천여 건도 넘어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이 수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교육부 인권국에서 접수한 신고 사건을 더 쉽게 조사 불필요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감소하던 추세였다.
당국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누적된 학교 현장의 고충과 인권을 둘러싼 갈등이 극심해진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미국 학교는 학생들의 성취도평가 점수 하락 등 기초학력 저하와 정신건강 문제 증가를 겪고 있다.
신고된 대부분 사건은 장애, 인종, 성과 관련된 차별이었다.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는 지난해 12월 아이오와주 어터뭐 한 학교에서 한 백인 학생이 흑인 학생이 보는 앞에서 게토레이 병을 무릎으로 짓누르며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한 일이다.
이는 2020년 백인 경찰관에 의해 목숨을 잃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희화화한 것으로 보인다. 플로이드가 경찰관의 무릎에 짓눌려 숨지기 전 "숨을 쉴 수 없다"고 한 말은 이후 확산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상징이 됐다.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지역 교육청이 "인종적으로 적대적 환경을 조성할 만큼 만연한 인종차별로부터 학생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피해 학생의 심리치료를 지원하도록 했다.
지난해 9월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는 백인 학생들이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를 외치고 학생들의 얼굴 사진에 스와스티카(나치 문양)를 그려 넣는가 하면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차별적 발언을 하는 일이 있었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에게는 차별 인지 및 신고 교육을 하고 교직원에게는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응을 훈련하도록 처분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도 가장 많이 신고된 사건은 장애인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었다.
콜로라도주에서는 장애 학생들을 비장애 학생들과 별도로 열악한 트레일러에 분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며, 애리조나주에서는 장애 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직원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장애 학생들은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은 기간에 교육 기회를 가장 많이 잃은 집단으로 꼽힌다.
또한 상당수 인권 단체들은 사상 최다로 늘어난 차별 신고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국 사회 전역과 학교에 확산한 '불관용' 분위기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예 역사 교육을 최소화하는 등 '애국주의 교육' 정책을 펼친 부작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0여 개 인권단체 연합체인 '시민인권지도자협의회'의 리즈 킹 교육평등 선임국장은 "불관용의 행위가 정상화하는 것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라고 우려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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