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3주년' 중국 우한 "바이러스 더이상 두렵지 않아"

입력 2023-01-24 11:55  

'봉쇄 3주년' 중국 우한 "바이러스 더이상 두렵지 않아"
3년 전 76일간 봉쇄…바이러스 첫 발견 수산시장은 여전히 폐쇄
"우한 주민들, '왜 3년간 고통받아야 했나' 방역정책에 의구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에서 3년 전 가장 먼저 봉쇄를 경험했던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올해는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춘제(春節·설)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AFP는 23일 "많은 우한 주민들이 일상 회복에 고무됐다고 말했다"며 "춘제 연휴인 이번 주 우한의 모습에서는 2020년 초의 종말론적인 모습은 찾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과 식당은 북적였고 사람들은 3년 만에 문을 연 구이옌 사원으로 몰려들었다"며 "거리의 일부는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청소부 옌둥쥐(60) 씨는 AFP에 "우리는 더이상 바이러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한 더이상 가슴 속에 그러한 두려움을 품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달 노동자 량페이청 씨는 "이제 우리는 개방했다. 모두가 상당히 행복하다"며 "우리의 많은 우려와 우울함이 서서히 모두 회복됐다"고 밝혔다.
3년 전 1월 23일 우한은 전격적으로 봉쇄됐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때문에 봉쇄된 도시가 됐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월 코로나19라는 미지의 질병이 확산하면서 불안이 커지자 인구 1천100만 명의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전체를 다른 지역과 완전히 격리하고, 대부분 주민을 집에만 머무르게 하는 인류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고강도 도시 봉쇄에 들어갔다.
그렇게 시작한 우한 봉쇄는 그해 4월 7일까지 76일간 이어졌다.
이후 우한시 당국이 2019년 12월부터 화난(華南)수산시장 상인을 중심으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중증 호흡기 질환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축소·은폐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해 코로나19를 조기 통제할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중국 정부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AFP는 "2020년 1월 길바닥에서 한 남자가 죽어가던 우한의 한 상점에는 이제 '희망의 집'이라는 간판이 내걸렸고, 당시 불과 열흘 만에 만들어졌던 임시 병원은 이제 버려진 채 중국의 바이러스 전쟁 승리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내걸려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23일 찾은 화난수산시장은 여전히 폐쇄돼 있었다"며 "한때 북적였던 해당 시장 주변 역시 인적이 끊겼으며 경찰차 한 대가 감시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코로나19가 시작한 우한에서 많은 주민이 최근 코로나19 폭증 사태를 지켜보며 중국이 취해온 방역 정책에 대해 점점 더 비판적인 시각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우한의 교사인 매리 마(52) 씨는 지난해 1월 캐나다에 사는 아들의 회사 동료들은 누구도 전염성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그때부터 중국의 엄격한 방역 정책이 정말로 코로나19를 통제하기 위한 것인지 정치적 필요 때문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중국이 갑자기 방역을 완화하면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자 의사인 그의 남편은 그에게 의료 체계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마씨는 "3년 전 우한에서 처음 비상 상황을 맞았을 때보다 최근에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결국 이렇게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거면 왜 우리는 3년간 고통받았어야 했나? 지난해 봄에 일상을 회복하고 여름까지 감염 파도를 겪어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사람들이 방역 완화를 요구하자 홧김에 그렇게 한 것처럼 느껴진다"며 "당국의 방역 완화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다른 우한 주민 리지 장(22) 씨는 "2020년 1월 이미 코로나19로 의료 체계가 압박을 받는 것을 경험했는데 3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의료 체계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최근 아픈 할아버지를 입원시키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할아버지는 결국 어렵게 입원한 지 이틀 만에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과정은 더욱 고통스러웠다면서 "아버지는 장례 예약을 위해 5시간 줄을 서야 했고 이후 할아버지를 화장하는 데 4∼5일을 기다려야 했다"고 전했다.
상하이대 학생인 우한 주민 우차이(23) 씨는 지난해 봄 상하이 봉쇄로 대학에 갇힌 채 생활해야 했다.
그는 "처음에는 봉쇄 때 벌어지는 식량·약품 부족 등이 지방 정부의 무능 탓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방역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이 퍼져나간 이후 정부의 지출은 올바른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전염성은 강하나 중증은 줄어든 오미크론이 퍼져나간다는 것은 정부가 임시 병원을 계속 짓는 대신 의료 자원과 백신 접종 확대에 투자해야 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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