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10분기 만에 역성장…장·단기 대책 병행해 장기불황 막아야

입력 2023-01-26 16:55  

[연합시론] 10분기 만에 역성장…장·단기 대책 병행해 장기불황 막아야



(서울=연합뉴스) 우리 경제가 2년 6개월 만에 또 역성장했다. 한국은행은 2022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로 집계됐다고 26일 발표했다. 전 분기 대비 GDP가 감소한 것은 10분기 만이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2020년 상반기에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한국 경제는 이후 소폭이나마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지난 분기에 다시 뒷걸음질 친 것이다. 수출 부진과 소비 둔화가 발목을 잡았다. 수출은 반도체 수요 감소 등 세계적 경기 침체로 5.8% 쪼그라들었고, 민간 소비는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0.4% 줄었다. 정부 소비가 성장에 0.6%포인트 기여했으나 마이너스 성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 큰 문제는 올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물가, 금리, 환율 등의 '3고(高)'가 지속하면서 수출과 소비가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어든 336억2천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무역 적자는 102억6천300만 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8월의 94억3천500만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수출 감소는 4개월, 무역 적자는 11개월째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작년 전체로는 성장률이 2.6% 목표를 달성했으나 올해는 2%대는 고사하고 1%대 성장도 장담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는 성장률 목표치를 1.6%, 한은은 1.7%를 제시하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내수 침체까지 지속할 경우 1%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 평가이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9곳의 전망치는 평균 1.1%이고, 노무라 그룹은 -0.6%를 예측하기도 했다. 우리 경제의 주춧돌인 수출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 가계 부채, 이자 부담 급증과 이에 따른 소비 여력 축소, 부동산 시장 경착륙, 공공요금 줄인상 등 내수 침체를 부채질하는 악재들까지 켜켜이 쌓이고 있다. 위기를 돌파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자칫 불황이 고착화할지도 모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비상 경제장관회의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 및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 "상반기 경기 보완을 위해 340조 원 규모의 재정·공공투자·민간사업 조기 집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규제 혁신, 세제·금융지원 등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요할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수출 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마중물 성격의 실효적 대책을 마련해 침체의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단기 처방과 함께 거시적 차원에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등 한 나라의 자원을 모두 사용해 달성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의 능력치로, 기초 체력에 해당하는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면 부작용을 남기는 무리한 경기 부양 없이도 일정 수준의 성장이 가능하다. 2000년대 초 5%대였던 잠재성장률은 현재 2%로 떨어졌고 조만간 1%대, 2030년에는 0%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렇게 되면 백약이 무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잠재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꼽으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해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권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1명 이하일 정도로 '압도적 꼴찌'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패를 거듭한 저출산 해소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공공ㆍ노동ㆍ교육ㆍ금융ㆍ서비스 등 5대 부문에 대한 구조 개혁과 규제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장·단기 대책을 총동원해 비상한 각오로 임하지 않을 경우 저성장과 장기 불황을 피할 길이 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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