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거대 기업 숨통 조이는 '공매도 저승사자' 힌덴버그

입력 2023-01-30 20:18  

인도 거대 기업 숨통 조이는 '공매도 저승사자' 힌덴버그
부실 폭로하는 쇼트 셀러…"'대참사' 예방해 투자자 보호"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1937년 독일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저지에 온 독일 비행선 힌덴부르크호가 착륙하다 원인 모를 불길에 휩싸였다.
설계대로라면 비행선엔 안전한 헬륨이 차 있어야 했지만, 당시 비행선을 띄운 기체는 폭발력이 강한 수소였다.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고 당시 승객 90명 가운데 35명이 숨졌다. 이 사고는 지금도 영어권에서 참사의 대명사처럼 거론된다.
힌덴부르크라는 이름이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는 물론 전 세계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참사의 이름을 사명으로 가져다 쓴 '힌덴버그(힌덴부르크의 영어식 발음) 리서치' 때문이다.
공매도 투자자 네이선 앤더슨이 설립한 힌덴버그는 이른바 '행동주의 쇼트 셀러' 회사다. 쇼트 셀러는 공매도 투자자를 일컫는 용어다. 공매도는 주식 등 증권의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내려갈수록 이익이 난다.
쇼트 셀러 중에서도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힌덴버그는 투자 대상 기업을 샅샅이 분석한 뒤 경영 부실, 부정행위 의혹 등을 폭로해 주가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리는 방식을 쓴다.
힌덴버그가 최근 집중 조명받는 것은 인도 거대 기업인 아다니 그룹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다.
힌덴버그는 아다니 그룹에 대한 공매도 보고서를 내고서 그룹이 주가조작과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재무 기반이 불안정하고 주가가 고평가됐다면서,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면 그룹 7개 상장사의 주가는 85% 이상 내려가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힌덴버그 스스로 아다니 그룹의 주가 하락에 베팅한 사실도 공개했다.

일단 시장은 힌덴버그의 예측대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다니그룹 상장사 7곳의 시가총액은 닷새 만에 480억달러(59조원) 증발했다. '아시아 최고 갑부'로 불리던 가우탐 아다니 회장의 재산도 27일 하루에만 220억 달러(약 27조원)가 사라졌다.
물류·에너지 분야 그룹 계열사인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유상증자를 추진하다 주가 하락 탓에 일정을 연기해야 할 처지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세계 경제를 뒤흔들어놓은 힌덴버그는 2017년 창업해 이제 5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회사다.
하지만 2020년 결정적인 보고서로 '공매도 저승사자'의 별명을 얻으면서 바로 월스트리트 주류에 편입했다. 한때 '제2의 테슬라'로 불리던 수소전기차 업체 니콜라의 사기행각을 만천하에 까발리는 내용이었다.
힌덴버그는 니콜라의 수소전기 트럭 시제품 홍보 동영상 속 트럭이 수소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 동력을 이용해 주행한 것이 아니라 내리막에서 중력에 의해 그저 굴러가고 있을 뿐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니콜라는 이를 부인했지만 결국 힌덴버그의 보고서 내용은 사실로 드러났다.
보고서 발표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니콜라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니콜라 창업자는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힌덴버그 창업자 네이선 앤더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네티컷의 평범한 가정 출신인 그는 2017년 힌덴버그를 창업하기 전만 해도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에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소개했다.
주변인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논쟁하길 좋아한 그는 기업의 비리를 캐는 데 특출난 능력이 있고 투자 기법 중에서 공매도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힌덴버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갈린다.
기업인들은 힌덴버그와 같은 쇼트 셀러들이 기업을 파괴해 이익을 얻는다면서 못마땅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보고서가 모두 진실은 아니며, 주가가 하락하기 쉬운 기업만 목표로 한다는 비판도 있다.
반대로 이들이 오히려 기업의 깊숙한 비밀을 캐낸 덕분에 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이 유지되고 투자자의 더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옹호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힌덴버그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힌덴부르크 참사를 거론하며 "온전히 사람의 실수 탓에 벌어진, 피할 수 있던 참사였다"고 했다. 그 이전에도 수소 관련 사고가 수십 건이나 발생했는데도 비행선 운영자들이 '이번엔 다르다'며 수소 충전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힌덴버그는 '이번엔 다르다'는 핑계가 월스트리트에서도 만연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시장에 떠다니는 인간의 실수가 더 많은 피해자를 끌어들이기 전에 이를 찾아내 빛을 비추고 싶다"고 말한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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