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여왕 관 있던 웨스트민스터홀에 선 젤렌스키 "전투기 달라"

입력 2023-02-09 04:10   수정 2023-02-09 11:28

英 여왕 관 있던 웨스트민스터홀에 선 젤렌스키 "전투기 달라"
찰스 3세 "걱정 많이 했다"…의원들 기립 박수
하원의장에 '자유를 위한 날개' 적힌 조종사 헬멧 선물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영국을 깜짝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놓였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의원들 앞에 섰다.
늘 입는 국방색 전투복 티셔츠와 바지 차림이었다.
웨스트민스터에 상·하원 건물과 함께 있는 웨스트민스터 홀은 작년 9월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참배가 이뤄진 장소다.
이곳에서 외국 정상이 연설한 것은 2012년 미얀마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이후 처음이라고 스카이뉴스가 전했다.
영국 상·하원 의원 수백명은 빼곡히 모여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앞두고 영국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투기를 지원해달라고 직설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린지 호일 하원 의장에게 우크라이나 에이스 조종사가 쓰던 헬멧을 선물하고 헬멧에 적힌 '우리는 자유가 있다. 그걸 지킬 날개를 달라'라는 문구를 읽으며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년 말 미국 의회를 방문했을 때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선물하며 바흐무트를 지키기 위한 포와 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기에는 치열한 바흐무트 전투에서 싸우는 군인들이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는 또 연설 중 보리스 존슨 전 총리를 콕 집어서 감사를 표했다.
존슨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에 대립각을 세웠고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박자가 잘 맞았다.
존슨 전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하고 탱크와 타이푼 전투기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이에 즉답하지 않고 있다. 리시 수낵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총리실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비행기를 지원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수낵 총리가 벤 월리스 국방장관에게 어떤 비행기를 제공할 수 있을지 살펴보라고 지시했지만, 이는 장기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스카이뉴스는 영국에는 젤렌스키가 원하는 전투기가 없으며, 그의 메시지는 영국을 넘어 서방 전체를 향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그가 영국에서 취할 것은 조종사 훈련뿐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 방문에 맞춰서 우크라이나 전투기 조종사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표준 전투기를 다룰 수 있도록 훈련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만나서 감사 인사를 표하고 영국 군주와 만나는 첫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된 것은 영예라고 말했다.
찰스 3세는 "우리 모두 당신을 걱정하고, 당신 나라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찰스 3세가 러시아 침공 후 '잔혹한 침공'이라며 평소 왕실 용어보다 훨씬 강한 표현을 사용해서 규탄했다는 점 등에서 이번 만남은 단지 손잡고 사진 찍는 행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0년 11월 영국 방문 때는 윌리엄 왕세자 부부를 만났다.
그는 이날 의회에서 이전 방문 때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전쟁 상황실에서 처칠이 지시를 내리던 의자에 앉아봤는데 이제야 2차 대전 때 그가 어떻게 느꼈을지 이해가 된다고 말하고, 처칠의 대표적인 제스처인 승리의 'V' 표시를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아침 영국 공군기로 런던 북부 스탠스테드 공항에 내렸다.
수낵 총리가 직접 공항에서 영접했고, 두 정상은 다우닝가 10번지 관저에서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
수낵 총리는 선물로 여왕 서거 후 런던탑에서 발사한 예포 62발 중 1발의 탄피를 건넸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챌린저2 주력전차 훈련을 받는 도싯을 찾은 뒤 양국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선언에 서명했다.

이번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은 수낵 총리로선 대내외에 존재감을 확인시킬 좋은 기회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의회 총리 질의응답(PMQ)에서 이례적으로 우호적이고 단합된 목소리를 냈다.
텔레그래프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후 두번째 해외 방문길에 오르면서 유럽보다 영국을 먼저 찾았다는 점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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