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현장] 韓구조대, 폐허 헤치고 구한 부녀…"나왔다" 감격의 환호성

입력 2023-02-09 21:21   수정 2023-02-09 21:32

[튀르키예 강진 현장] 韓구조대, 폐허 헤치고 구한 부녀…"나왔다" 감격의 환호성
먼저나온 2세 딸 꼭 끌어안은 마흐무트씨…"이들 없었으면 나는 죽었을 것" 구조대에 감사
한국구조대 활약에 현지 주민 도움 요청 줄이어…"다 구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 뿐"
韓대사 "가장 심각한 지역에 한국구조대 도움 요청받아"…콧등대위 "충분히 치료 못해줘 미안"



(안타키아[튀르키예]=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나왔다, 나왔다" "알라후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어린아이가 한국 구조대의 품에 안겨 폐허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숨죽이던 이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한국 사람들이나 튀르키예 사람들이나 지켜보는 이들이 감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9일(현지시간) 오전 10시께 튀르키예 하타이 주도 안타키아 시내 중심지와 가까운 줌후리예 거리로 출동한 한국 긴급구호대가 반쯤 기울어져 무너지기 직전인 건물 틈에서 2세 소녀 루즈를 구출했다. 연합뉴스는 이날 이 곳에서 1시간 가까이 이어진 긴박한 구조활동을 국내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눈앞에서 지켜봤다.
우리 구조대는 여전히 안에 갇힌 이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폐허 속으로 들어갔고,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친지들이 소녀를 담요에 감싸 안았다.
루즈는 많이 놀라고 두려운 듯했으나 의식이 또렷해 보였고 친지들의 품 안에서 빠르게 안정을 찾는 듯했다.
머나먼 튀르키예의 지진 현장에서 우리 구조대가 2번째 생명을 구한 순간이었다.

우리 구조대는 연이어 건물 안에서 소녀의 아버지인 40세 마흐무트 씨까지 구조했다.
속옷 차림의 마흐무트 씨는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몇 걸음을 걸었으나 곧 힘겹게 휘청거렸다.
주변의 부축으로 자리에 앉은 마흐무트 씨는 먼저 나온 딸을 받아안았고, 다시는 놓칠 수 없다는 듯 재회한 딸을 꼭 끌어안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간단한 검진 결과 부녀는 약간의 저체온증과 탈수 증세가 있었지만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마흐무트 씨는 연합뉴스에 "구조대에 너무나도 감사드린다"며 "이들이 없었으면 나는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건물에 가족들이 갇혀 있다며 긴말을 하지 못했다.
애타는 시간이 흐른 뒤 35세 여성이 구조대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걸어 나왔다.
부상을 당한 듯 제대로 걷지 못했고 연신 신음과 비명을 토했다.
구조대는 그의 부상이 악화하지 않도록 응급조치를 취하는 한편 여전히 건물에 갇힌 아이들 3명을 구조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다음으로 구출된 것은 싸늘한 주검이 된 한 살짜리 갓난아기였다.
아버지는 담요를 걷고 아이의 얼굴을 말없이 쓰다듬을 뿐이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른 가족과 친지들이 오열하는 동안 우리 구조대원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구조된 가족들은 아직 나오지 못한 2명의 아이를 구할 때까지 있겠다고 버텼지만 구조대는 이들을 서둘러 병원으로 후송했다.
이후 구조대는 연합뉴스에 "남은 2명은 생존 반응이 없다. 건물도 완전히 눌려있어서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현장 상황을 전한 뒤 연이은 구조 요청에 응하기 위해 근처 현장으로 이동했다.

실제로 구조대가 손길을 내밀었지만 '생존'을 확인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도 속출했다.
직전 현장에서는 골목을 헤매는 자매 2명이 부모와 동생 3명이 건물 안에 갇혀 있다며 울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구조대는 탐지기를 이용해 건물 내부 반응을 확인하고 수색견까지 투입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확인하지 못했다.
김병석 구조반장은 "우리의 목적은 살아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라며 "희망이 없는 곳보다 사람이 있는 곳을 먼저 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통역을 돕기 위해 자원한 튀르키예 관영 아나돌루 통신의 기자가 이들 소녀를 아무 말 없이 안아주고 구조대와 함께 현장을 떠났다.
조인재 중앙119 본부장은 "우리 구조대가 사람을 구했다는 소식이 여기서도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계속해서 우리를 찾는다"며 "다 구하고 싶지만 숨진 분이 워낙 많아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안타키아는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다.
시내 건물이 거의 전부 다 무너지거나 대파됐고, 어떤 지역은 건물이 모두 무너져 얕고 넓은 언덕으로 변해있었다.
튀르키예도 이 지역의 구조를 최우선으로 해달라며 한국 구조대를 콕 집어 부탁했다.
이원익 주튀르키예 한국대사는 "어제 이스켄데룬에서 만난 현지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인 이스켄데룬보다도 안타키아를 먼저 가달라고 했다"며 "한국 구조대의 역량을 알고 있다면서 따로 부탁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사는 "안타키아 상황이 나쁜 것은 그래서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며 "마치 핵폭탄을 맞은 것 같다. 무서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안타키아 전역에서는 구조 활동이 전방위로 전개되고 있었다. 중장비와 구급차가 끊임 없이 도로를 가로질렀고, 삽과 곡괭이를 든 군인과 자원봉사자들이 건물 잔해를 애타게 치우고 있었다.
우리 구조대는 매몰자 수색 및 구조 활동 외에도 다친 이들에 대한 치료 활동도 병행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보호장구 착용을 위해 콧등에 반창고를 붙인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은 '콧등 밴드' 간호 장교 김혜준 육군 대위도 다친 이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그는 부상당한 취재진을 응급처치해주면서 "소독약이 넉넉지 않아 충분하게 치료를 해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jo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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